[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제시했던 '4월퇴진·6월대선' 일정이 당내 비주류 의원들의 9일 탄핵소추안 표결 참여 결정으로 의미를 잃으면서 '탄핵 찬성이냐 반대냐'는 양 갈래 길만이 놓이게 됐다.
새누리당 김성원 대변인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된 4월퇴진·6월대선 의견에 대해 청와대의 즉각적인, 빠른 시간 내의 입장표명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당내 비주류로 구성된 비상시국회의가 제안했던 입장 표명 시한인 '7일 오후 6시'보다도 앞당겨진 것이다. 전날 비상시국회의가 대통령의 입장 표명 및 수용 여부에 관계없이 9일 탄핵안 표결에 참여하고 가결에 힘을 보태겠다는 결론을 낸 뒤 다급해진 당 지도부의 처지가 그대로 드러났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이정현 대표 등 주요 당직자와 면담한 뒤 지난 1일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정한 '4월퇴진·6월대선' 일정에 대해 "지금 당론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상황 아니냐"고 반문하며 "9일 잡혀있는 탄핵 일정까지 우리 비박계 의원들과 야당 의원들이 확고하게 달려가고 있다. 내일 의총을 열어 의견을 좀 정리해야 되겠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만일 9일 예정대로 탄핵 절차에 돌입하게 되면 저희 당 의원들도 다 참여해서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만큼 양심에 따라 투표하는 게 옳다는 것이 저의 일관된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정현 대표도 동의했느냐'는 질문에 "동의했다"고 답했다.
비상시국회의가 전날 밝힌 9일 탄핵안 표결 참여 동의 의원 숫자는 '29+α'로 탄핵안 발의 의원수 등과 합치면 가결선(200명)은 충족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탄핵안 표결 참여와 불참', '탄핵안 찬성과 반대'라는 양자택일의 순간이 가까워져 갈수록 탄핵에 동조하는 여당 의원들의 수도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비주류 재선 의원은 "어제(4일)도 친박(박근혜)계에서 소위 회유하는 전화를 받았지만 9일에 가까워질수록 조직적 '비박 흔들기'보다는 민심에 의한 '친박 흔들리기'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입장 내기를 자제해왔던 초선 그룹에서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뿐더러 친박 내부에서 즉각적인 퇴진보다는 헌재 판결 과정에서 최대한 명예를 회복해보자는 '전략적 찬성'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와중에 지난주 대통령 지지율이 10%로 오른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은 고민이 꽤 깊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상시국회의 대변인인 황영철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주류 중) 35명까지는 분명히 탄핵안에 동참할 것으로 확인했으며 친박계 의원 중에서도 3명 이상이 '탄핵안에 가결 표를 던지겠다'고 개별적으로 연락해왔다. 야당이 이탈자를 막는다면 9일 탄핵안은 분명히 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변수는 6일 또는 7일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박 대통령의 4차 대국민담화 등 입장 표명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대국민담화에서와 같이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일관할 경우 9일 탄핵안 가결은 예정된 수순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9일 전 대통령이 즉각적 퇴진 입장을 밝힐 경우 탄핵 자체가 불필요할 수 있다는 주장도 일부 제기되고 있어 대국민담화의 내용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왼쪽)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뉴시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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