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취임 1년, 실적 지상주의에 다단계 철회 '공염불'?
다단계 성과에 쉽사리 내려놓지 못해…구체적 계획도 없어
2016-12-01 16:10:15 2016-12-01 16:47:27
[뉴스토마토 서영준기자] 권영수 LG유플러스(032640) 부회장이 다단계 판매 중단을 약속했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권 부회장의 언급 이후 후속조치를 마련하고 있다지만, 다단계 판매 중단 시점 등 명확한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LG유플러스가 다단계 판매에 적극적인 이유는 5:3:2로 고착화된 이동통신 시장점유율 때문이다. 자본은 물론, 인프라와 서비스 품질 등에서 경쟁사보다 열악한 환경에 놓인 LG유플러스 입장에서 다단계 판매는 시장 변화를 꾀할 매력적인 대안으로 다가온다.
 
성과도 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통사의 다단계 판매 위법성을 판단하기 위해 조사를 실시했던 지난해 6월 LG유플러스는 총 12만1003건의 160만원 초과 상품을 판매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과 KT는 각각 2626건과 501건에 그쳤다. 방문판매법상 다단계 영업을 통해 160만원이 넘는 제품을 팔면 불법이다. 이통상품의 경우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과 2년 약정 요금제의 합이 160만원을 초과하면 불법으로 간주된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때문에 권 부회장은 이통사의 다단계 판매가 논란이 될 때도 쉽사리 손을 놓지 못했다. 지난 9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권 부회장은 "다단계 영업 자체는 전 세계적으로 쓰이는 마케팅 수단"이라며 "논란에 떠밀려서 결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실적에 매달린 그로서는 다단계 카드를 버릴 수 없었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기류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급변했다. 말 바꾸기 논란으로 국회의 화를 돋운 끝에 증인으로 국감장에 서게 된 권 부회장은 "지적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해 다단계 중단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사실상의 철회 약속으로 국회와 업계는 받아들였다. 
 
LG유플러스의 다단계 대리점 대부분은 내년 1월에 계약이 몰려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달 중으로 LG유플러스가 계약을 해지하지 않으면 자동 갱신되는 구조다. 다단계 판매 대리점과 마찰 없이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지금쯤 명확한 출구전략이 나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LG유플러스는 내부적으로 테스크포스(TF)를 만들어 다단계 판매 중단을 위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다단계 대리점과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면 소송전이 예상돼 최대한 잡음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권 부회장의 다단계 판매 중단 검토 언급 이후 후속조치를 내부적으로 마련하고 있다"면서 "수십만에 이르는 다단계 종사자까지 고려해야 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다단계 판매 중단 검토를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판매 과정에서 불법영업이 자행될 우려가 높은 만큼 1000만 가입자가 넘는 거대 기업의 책임있는 자세를 빨리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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