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공단의 석연치 않은 찬성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을 24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이날 오전 9시52분 검찰에 출석한 문 이사장은 합병 찬성 과정에 박 대통령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의 지시가 있었는지와 합병 이전 삼성과 따로 이야기를 나눴는지에 대해서 모두 "전혀 없었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이어 의결권행사전문위원에게 전화해 '청와대의 뜻'이라며 합병을 찬성하라고 종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문위원이 아니라 아는 후배에게 상황 파악을 위해 한 번 문의한 것"이라며 "합병 결정과 관계없었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한 게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또 문 이사장은 삼성 합병 과정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사후적으로 보고받았는데 문제없다고 들었다"면서 통상 개최되는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질문이 이어지자 "그 점에 대해서는 검찰에 아는 대로 답변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합병 과정에 개입할 수 없다. 모두 기금운용본부에서 하는 것이다. 검찰에 성실하게 답하겠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지난 2014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당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질 때 깊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문 이사장을 상대로 합병 찬성 의결을 위해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했는지와 청와대 개입으로 찬성 결정이 이뤄졌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은 두 회사 합병 과정에서 자문업체의 반대 권고를 무시하고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도 열지 않은 채 직접 찬성표를 던져 논란을 낳았다. 이후 두 회사 합병은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 중요한 계기가 됐으나 정작 찬성표를 던진 국민연금은 5900억원대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이 합병이란 대가를 바라고 최순실씨등이 연루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204억원을 지원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그 중심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만약 최씨 일가 지원을 바라고 삼성에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결정을 약속했다면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다.
전날 검찰은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 본부를 비롯해 서울 강남구 기금운용본부, 서초구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 관계자의 다른 사무실 등 총 4곳을 압수수색하고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 22일에는 두 회사 합병 찬성 결정에 관여한 최광 전 국민연금 이사장을 조사했다.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4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했다. 사진은 지난달 10일 전북혁신도시 내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장면.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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