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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최초로 범죄 피의자로 입건된 대통령을 두게 되었다
. ‘공모
’란 말이 상징하듯 그들은 그렇게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았다
. 공소장에 아직 나타나지 않은 이도 많을 것이다
. 하지만 지금도 별다른 반성은 없다
. 그렇게 살면 권력과 명예와 돈이 생겼기 때문이다
. 그렇게 살지 못하면 무능한 것이고
, 개돼지의 삶과 다를 게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
하긴 그렇게 살아서 확실히 패가망신한 사람을 본 적도 없다. 기껏해야 잠시 감옥에 있다 나오면 돈과 자리는 여전히 그들을 기다렸다. 정치탄압이었다고 갖다 붙이면 되고, 빨갱이들의 장난이었다고 악을 쓰면 그만이었다. 아스팔트에 나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면서 종북을 외치면 더더욱 개운했다. 마침 TK를 고향으로 두었으면 금상첨화다. 국회의원 자리까지 따라오니까.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대한민국 기득권 세력의 민낯이 그렇다. 좋다는 학교 나와 좋다는 직업 가진 이들은 그저 받아쓰기로만 일관하는 졸개에 불과했다. 권력자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이의 조종에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선생님의 눈에 들면 자리가 생기고 돈이 생기기지만, 눈 밖에 나면 내쳐지기 때문이었다. 실은 모르는 일도 아니었다. 그전부터 그 둘의 관계가 매우 돈독한 것이었으니 그저 편승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어쩌면 더 편했을지 모른다. 영민한 대통령이었다면 그 의중을 살피느라 여러모로 신경이 쓰였을 텐데 그럴 필요도 없었다. 매사에 나서기 좋아하고 시끄러운 선생님이 계셨기 때문이다.
그분의 뜻만 거스르지 않으면 돈과 권력이 주는 쾌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대기업 총수에게도 손해는 아니었다. 안가에서 대통령을 독대하면서 애로사항을 건의하고, 달라는 돈을 조금 집어주면 훨씬 큰 혜택이 돌아왔다. 그렇게 하지 않는 이들은 어떻게든 수모와 불이익을 당하는 것도 보았다. 해답은 간명했다. 장단만 맞춰주면 나라는 여전히 그들만의 것이었으니.
지식인도 언론도 검찰도 신경 쓸 필요가 없어 더욱 좋았다. 교수들이야 연구비 좀 집어주고 자리 하나 던져주면 되는 더 편한 상대니 당연히 같은 편이었다. 평화의 댐이건 4대강 사업이건 진실을 외면하고 곡학아세에 앞장선 이가 어디 한둘이었던가. 이미 그 속성은 익히 파악하고 있었으니 확실히 편했다. 제 이름 걸고 쓴 책조차 권력에 부응하느라 부정하는데 대체 뭐가 더 필요할까.
언론은 이미 진실보다는 광고가 중요한 사양산업으로 전락했으니, 당근과 채찍이면 충분했다. 언론자유 운운하며 결기 있는 언론인이 보이면 아무런 사유가 없어도 해고하면 그만이다. 소송이 걸려도 법원이 사회적 파장, 방대한 기록, 신중한 판단 운운하며 지쳐 쓰러지도록 시간을 끌어주니 신경 쓸 일이 없다. 공영방송이야 성향 분석까지 잘 해서 박아둔 이사들이 있으니 충분하고, 이미 권력의 맛을 알아버린 부역자들이 있으니 너무도 쉬운 일이다.
검찰이야 더욱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물라면 물고 놓으라면 놓는 사냥개의 속성은 그 주인 앞에 너무도 유순할 뿐이다. 타고난 엘리트의식이 지나치니 눈 앞에 먹잇감만 던져주고 좋은 자리만 어른거리게 하면 앞 다투어 달린다. 게다가 승진 탈락에 한이 맺혀 오직 한 사람만 제외하곤 오만불손에 안하무인으로 일관하는 참모까지 뽑았으니 제 손에 피 묻힐 일도 없다. 참으로 얼마나 훌륭한 인재들인가.
남부럽지 않은 재산을 갖고 학력이나 경력도 모자라지 않는 자칭 엘리트들이 이렇듯 뻔뻔하게 종노릇을 하며 헌정질서를 파괴한 것은 과연 우연일까, 필연일까? 경쟁의 승리만 앞세울 뿐, 건강한 동기를 가지고 성공한 것이 아니기에 자부심보다는 특권의식이 강해서 그렇다는 분석이 있다. 그러니 결국 성공한 엘리트들의 부도덕한 인성은 필연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부끄러운 이름들이 난무하는 와중에, 도시락 가방에서 울린 엄마의 휴대전화 때문에 퇴장당하면서도 같은 시험장의 수험생을 걱정하던 한 재수생의 고운 마음은 더 큰 희망과 아픔을 준다. 왜 가진 자들의 이득 앞에 언제든 헌신짝이 되는 그 ‘원칙’이란 것은 약자나 착한 이들에게는 그토록 어김없이 단호한 것일까. 어째서 목숨을 걸고 원칙을 지켜내야 할 책임을 부여받은 이들은 숙주나물처럼 쉬이 상하고 변해가기만 하는 것일까. 우리는 또 어떤 사물에 그들의 이름을 붙여 세세연년 남겨두어야 할까.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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