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정부가 오는 18일 구글에 대한 국가정밀지도 해외반출 허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여야 의원들의 지도 반출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틈타 지도 반출을 허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신용현·최경환 의원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정국이 혼란스러운 이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가서명에 이어 구글 등 특정기업을 위한 나라의 중요 자산인 정밀지도 반출까지 승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도반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최경환 의원은 특히 “남북관계라는 특수한 안보현실에서 우리의 정밀지도와 구글 어스가 결합될 경우 안보상에 큰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구글은 국가주권인 동해, 독도 지명의 표기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지도는) 분단국가인 우리에게 큰 안보자산”이라고 말했다.
구글에게만 반출을 허용하는 것은 특혜라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개인위치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하는 서비스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현행법에 따라 위치정보사업 허가를 받거나, 적어도 위치기반서비스사업자로 신고를 해야만 가능하다. 문제는 이에 대한 인허가를 취득한 주체가 구글 본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즉, 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기업이 해당 사업을 위해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구글에게만 해당되는 특혜라는 지적이다.
신용현 의원은 “이미 우리나라는 국내법에 따라 안보시설을 제외한 지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애플 등 해외 기업이 이를 통해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유독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고 우리 국가자산인 ‘정밀지도해외반출’만 무조건적으로 요청하는 구글을 위해 지도 반출을 승인한다면 이는 국내법을 준수하는 국내외 기업에 대한 심각한 역차별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도반출을 결정하기에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정부가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서 한 발 물러섰다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여론의 관심이 쏠린 틈을 타 지도반출을 허가해 줄 것이라는 전망이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최 의원과 신 의원도 이를 의식한 듯 “최순실의 마수가 국방과 외교, 정보통신기술(ICT) 전반에 닿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이 때, 정부가 무리하게 국가정밀지도라는 국부를 무조건적으로 유출하려 한다면 또 한 번 국민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 의원은 일각에서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외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고려해 지도반출이 승인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도를 반출 안 한다고 해서 우리가 통상 거부를 위반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우리 정부가 지레 짐작해서 트럼프 당선자가 미국 대통령이 됐으니, 속칭 잘 보이려고 미리 헌납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구글에 대한 국가정밀지도 반출을 허용할 경우, 승인 요청을 다시 번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신 의원의 설명이다. 신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 내에서 현재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어느 쪽 의견이 더 센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정부의 정부의 지도반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비례대표)은 전날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 없이 산업 활성화를 위해 구글에 지도를 반출하겠다는 움직임은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신용현(오른쪽)·최경환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글에 대한 국가정밀지도 해외 반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신용현 의원실 제공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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