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예상을 뒤엎고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자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 트럼프 당선자가 유력시 되는 결과가 정오 전후로 속속 나오면서 경제당국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 각 경제부처는 긴급 금융경제 점검상황회의를 소집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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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추후 상황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해진만큼 각 경제부처가 시장영향과 대응계획 점검에 나섰다. 이번 결과가 그 어느때보다 한국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돼 우리나라 경제부처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9일 오전 11시경 최대 경합지역이었던 플로리다에서 트럼프 당선자가 우세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경제당국은 잇달아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앞서 오전 7시30분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시작으로 오후 2시 한국은행과 산업통상자원부는 각각 긴급 금융경제 상황점검회의와 한미통상현안 긴급점검회의를 열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후 4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개최했으며 오후 5시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합동 금융시장상황 점검 긴급회의를 열었다. 오후 6시에는 최상목 차관 주재로 대미수출·통상 점검회의까지 연달아 이어졌다.
이날 금융시장은 정오를 기점으로 트럼프 당선이 유력시 되면서 크게 출렁였다. 주식 시장은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5.00포인트(2.25%) 내린 1958.38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기준으로 올 7월7일 1974.08 이후 최저치 기록이다. 원·달러 환율은 14.50원 오른 1149.50원으로 장을 마쳤으며 이날 환율 변동폭은 28.6원으로 브렉시트 투표가 있었던 지난 6월 24일(33.2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주열 총재는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오늘 국내 금융시장에서 주가, 금리, 환율 등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것은 미 대선 결과가 예상과 달리 나타난 데 따른 가격조정의 과정으로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내여건의 불확실성 등에 비춰 앞으로 시장변동성이 과도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각별한 경계심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앞으로 한국은행은 금융·외환시장의 움직임을 한층 더 면밀히 주시하고 시장불안이 고조될 경우 정부와 협력해 시장안정화 대책을 적극 시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되는 분야는 수출이다. 지금까지 트럼프가 내걸었던 공약들이 자국 산업 보호에 초점이 맞춰졌던 만큼 수출은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산업부는 이인호 통상차관보 주재로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을 전망하고, 주요 한미 통상 이슈를 긴급 점검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트럼프 후보의 경우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반무역주의 및 보호무역 강화를 주장한 만큼 대미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될 것"이라는데 입을 모았다.
일단 산업부는 미국의 수입규제 강화 가능성에 대비해 민관합동의 공동대응 체제를 공고히 하고, 양자·다자 차원의 대응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또 트럼프 당선자가 공공 인프라 투자 확대, 철강 등 자국 제조업 육성 및 석유·세일가스 등 화석에너지 개발 등을 강조한 만큼 제조업 및 자원개발 분야 등에서 양국간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교역·투자 확대 방안을 적극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유일호 부총리 주재로 이날 오후 4시에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는 모든 경제부처가 한팀이 돼 비상한 각오를 갖고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앞으로의 미국 경제정책의 변화에 대한 대응방향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미 의회 비준 여부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주요 통상현안 등에 대한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통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조치하겠다"며 "우리정부는 양국이 전통적인 안보 동맹국이자 경제협력 파트너로서 상호 호혜적 이익을 향유할 필요가 있다고 지속해서 강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주재로 열린 긴급 금융위·금감원 합동 금융시장점검회의에서 금융당국은 현재의 금융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총력을 다해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향후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전문가들과 함께 면밀하게 분석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그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는 등 투자자들이 침착하게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해외 IB, 국제신용평가사, 국제기구 등과의소통을 강화해 해외 투자자들이 우리 경제에 대해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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