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4일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보툴리눔 균주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공개' 미디어설명회에서 "균주 기원과 관련한 이번 사태가 보툴리눔 톡신 제제 업계의 신뢰도와 직결된 문제인데다, 치명적인 미생물인 보툴리눔 균주를 다루는 기업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가볍게 볼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 기업이)염기서열을 공개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균주의 출처가 의심스럽다"며 "염기서열을 공개하고, 오픈 디스커션(공개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메디톡스는 메디톡스의 균주 유전체 염기서열을 공개했다. 이창훈 메디톡스 이사는 "메디톡스 제품은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가 운영하는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인 진뱅크(GeneBank)의 Hall A균주와 동등성이 99.9%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370만여개에 달하는 염기서열 전부는 빠르면 이달 안에 진뱅크를 통해 등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메디톡스 측은 우선 대웅제약이 발견했다는 균주가 '홀(Hall)'이라고 명명한 데 대해 의의를 제기했다. 메디톡스 및 보툴리눔 톡신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기업 앨러간이 보유한 홀 균주는 한국 토양에서 발견되기 어려운데, 이러한 용어를 쓰는 것은 메디톡스의 명성에 편승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대웅제약이 진뱅크에 등록해놓은 보툴리눔 균주 중 일부인 1만2000여개의 염기서열이 메디톡스의 것과 동일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었다. 정 대표는 "메디톡스가 보유한 균주와 위스콘신에서 유래한 균주가 동일함에도 2개의 염기가 불일치하는데, 대웅제약의 균주는 변이로 인한 부분까지 메디톡스와 정확히 일치했다"며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균주 확보과정과 경위 등에 대해 정확히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전 세계에서 보툴리눔 톡신 A형을 이용한 의약품은 4개에 불과한 데 반해 한국에서는 메디톡스, 휴젤, 대웅제약을 포함해 최근 5개가 넘는 기업이 보툴리눔 독소 제제를 개발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생화학적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치명적인 독을 가진 보툴리눔 균주의 염기서열을 공개해 안전성을 제고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준호 메디톡스 수석연구원은 "우리가 갖고 있는 균주의 염기서열을 확보해놓는 것은 안전을 위해 중요한 일"이라며 "염기서열을 알고 있다면 향후에 사고가 생기더라도 균주를 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디톡스가 보툴리눔 균주 반입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것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에는 불법이 아니었다며 강력히 부인했다. 정 대표는 "지도교수님이었던 양규환 박사가 당시 과학적 호기심에서 연구를 위해 들여온 것"이라며 "이것을 (제가) 운 좋게 연구하고 상업화를 시킨 것"이라고 답했다.
정 대표는 마지막으로 대웅제약과 휴젤이 균주 기원에 대해 정확하게 밝히지 않아, 향후 미국 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 대표는 "미국 허가 과정에서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시판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설명회에는 보툴리눔 톡신 연구자인 에릭 존슨 위스콘신 대학교 교수가 참석해 메디포스트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에릭 존슨 교수는 "메디톡스는 스스로 보툴리눔 균주의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공개했다"면서 "그 균주가 개발자에 의해 채취되고, 위슨콘신대학교로 이전됐던 오리지널 균주와 같았다"고 말했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보툴리눔 균주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공개' 미디어 설명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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