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서울 내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이 근로 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은 각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만성 우울증·조현병·알코올 중독 등 정신질환 시달리는 환자를 발굴해 관리한다.
현재 서울에는 정신건강증진센터 25곳을 비롯해 광역형 정신건강증진센터, 자발예방센터 등이 운영 중이다.
문제는 정신상담과 관련해 민간분야의 전문성을 가져온다는 이유로 대부분이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돼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 책임자는 불분명하다.
무엇보다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은 언제나 폭력과 욕설에 노출된다. 요원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도 있지만 부족한 인력 탓에 2인 1조 근무도 힘든 상황이다. 무엇보다 타인의 감정 상태를 파악해 관리하는 일을 하지만 그만큼 본인들의 감정 소모도 크다.
2년 전 한 회원이 급하게 와달라는 전화를 받고 현장에 달려갔다는 최모씨는 아직도 그날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최씨가 관리하는 회원은 상담 중 환청이 들린다고 말하다 갑자기 최씨에게 욕설을 퍼부으면서 뺨을 때리고, 머리를 가격했다.
최씨는 “그날 이후 정신적인 충격으로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한동안 고민했다”며 “어쩔 수 없지만 지금도 매일 출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할까 봐 겁이 날 때가 많다”면서 “다른 누군가의 감정을 돌보지만 평소 스스로의 감정소모가 더 큰 ‘감정노동자’”라고 하소연 했다.
근로계약은 대형병원 소속 개인 센터장이 개인사업자 등록을 내 센터장 개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구조다. 기존 센터장 임기가 끝나고 센터장이 새로 오면 또다시 근로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 같은 현실에서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은 전문성을 쌓기보다는 불안한 비정규직 신분과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시와 각 자치구도 운영 예산을 절반씩만 부담할 뿐 이들에 대한 책임 소지는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들의 열악한 처우와 근로 환경은 고스란히 시민들 몫으로 전가된다.
정신건강전문요원으로 일하며 회의감을 느낀다는 김모씨는 “인력대비 늘어나는 정신건강사업들을 하다 보면 요원 한 명이서 100명이 넘는 회원을 관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회원들을 한 달에 한 번 보기도 힘들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젠가부터 자살 위험성 평가와 같이 정형화된 평가 실적에 집착하는 나를 본다”며 “처음 정신건강 요원으로 일을 시작할 때 가진 마음가짐이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향후 파업과 관련해 전현구 서울시 정신보건지부 지부장은 “고용안정과 명확한 관리 책임자 규명이 될 때까지 파업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서울 지역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다른 지역에서 보여주는 지지와 연대가 큰 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1일 열린 ‘서울시 정신건강증진센터 실태로 본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의 공공성 강화 과제’ 긴급토론회에서 서울시의회 박마루 의원(새누리당·비례)은 “오늘 이 자리에 시 집행부 담당자가 참석하지 않은 건 큰 문제”라며 “다음 달로 예정된 시의회 행정감사에서 해당 사안을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신건강증진센터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보건복지부에서는 유일하게 지자체 중 서울시에만 관련 예산을 지급하지 않고 있어 시 자체 예산 76억을 투입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각 쟁점에 대해 구체적 대안을 찾고 있고, 향후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을 지속적으로 만나 함께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신건강전문요원 노동조합 회원들이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빌딩 앞에서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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