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희석기자] 국제 원유시장을 움직이는 '큰손'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저유가 시대의 생존 경쟁이다. 산유국 입장에서 단순히 원유 만을 생산해 수출하는 단순한 사업 방식은 더이상 경쟁력이 없다.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를 넘어 휘발유, 디젤 등의 정제 산업까지 손에 넣으려는 이유다. 산유국이 정제 산업까지 운영하면 원유 판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부가가치도 높일 수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대표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 이외 산유국 가운데 영향력이 큰 러시아도 잇따라 주요 정유사와 관련 설비들을 사들이면서 원유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두 나라의 경쟁이 치열하다.
전략적으로 나서는 사우디
사우디는 국영석유회사이자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아람코를 통해 전략적으로 해외 정제설비에 투자하고 있다. '총알' 마련을 위해 대규모 기업공개(IPO)도 준비 중이다.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 지난 5월 기자회견에서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정제 지설에 대한 합작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며 "향후 해외 정제능력을 하루 1000만배럴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의 야심은 하나하나 실현되고 있다. 지난 5월 아람코와 인도네시아의 국영석유회사 페르타미나는 50억달러 규모의 합작법인 설립에 합의했다. 인도네시아 최대 규모 정유시설을 2022년까지 확장해 하루 37만배럴의 원유를 처리하는 것이 목표다. 이 계획이 완료되면 아람코는 하루 27만배럴의 원유를 공급하게 된다.
아람코와 로얄더치쉘이 미국 텍사스에 설립한 합작법인 모티바 엔터프라이즈는 지난 2012년 100억달러 규모의 확장 공사를 끝내고 미국 최대의 정제업체로 거듭났다.
아람코는 모티바 엔터프라이즈와 함께 네덜란드 석유기업 라이온델바젤이 미국 휴스턴에 소유한 정유시설 인수도 추진 중이다.
사우디는 이미 유럽과 일본에도 정유시설 확장에 투자했으며 중국 푸젠성에 중국 기업과 조인트벤처 형식의 정유회사도 설립했다.
러시아도 영역 확장
러시아는 중국에 이어 아시아 제2의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인도 진출을 선언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석유회사 로스네프트와 네덜란드 석유 거래업체 트라피구라 그룹과 러시아 투자회사 유나이티드 캐피탈 파트너스로 구성된 협의체가 각각 에사르 오일 지분 49%를 인수한다. 인수 가격은 총 109억달러(약 12조3551억원)다.
로스네프트와 트라피구라 협의체는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바디나르에 있는 항만과 발전시설도 20억달러(2조2670억원)에 사들인다. 석유 제품 생산은 물론 수입과 수출도 함께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OPEC 회원국이 장악했던 중국 시장에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올 들어 대중 원유 수출량이 30% 급증했다. 중국이 민간 정유사의 원유 수입을 허용하자 러시아가 발빠르게 이들을 집중 공략했다.
석유 관련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는 "국제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2014년 중반부터 러시아와 사우디는 중국 시장을 위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며 "중국 민간 정유사의 원유 수입이 허용된 이후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고 전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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