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분에서 촉발된 '케미포비아(화학제품 공포증)'가 뷰티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치약에 이어 마스크팩과 여성청결제, 트리트먼트 제품 등에서도 문제 성분이 확인되면서 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화장품 등 뷰티 관련 업계는 사태 추이만을 지켜볼 뿐 이렇다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일 쏘내추럴과 잎스코스매틱에 대해 'CMIT·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메칠이소치아졸리논 혼합물)'가 함유된 제품을 유통·판매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해당품목 판매업무정지 6개월 조치를 내렸다.
문제가 된 제품은 쏘내추럴의 여성청결제인 '페미닌 퓨어 존 시크릿 이너 미스트'와 잎스코스메틱의 '나이팅게일 17 아미노 캡슐 논워시 퍼퓸 트리트먼트로맨틱' 3종 등이다.
쏘내추럴의 여성청결제는 티슈나 외음부에 분사에 사용하는 제품으로 스프레이 타입이다. 얼굴에 직접 뿌리는 제품은 아니지만 자칫 흡입할 경우 CMIT·MIT 성분이 폐 섬유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잎스코스메틱의 경우 씻어내지 않는 트리트먼트에 문제 성분을 사용했다. 현행 규정상 CMIT·MIT 성분은 씻어내는 제품에만 0.0015% 이하로 쓸 수 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최근 코리아나화장품이 뷰티샵에 전용 납품한 고급 마스크팩에도 문제 성분이 사용됐으며 식약처가 해당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추가 폭로하기도 했다.
기존에 문제가 되지 않았던 제품으로까지 가습기 살균제 공포가 계속 확산되면서 화장품 업계는 잔뜩 움츠려 있는 상태다.
여성청결제에서 문제 성분이 확인된 쏘내추럴은 제품을 모두 수거하고 판매를 중단한 상태지만 추후 해당 제품을 변경해서 판매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초 출시한 제품이지만 가습기 살균제 성분에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변경 재출시 여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치약을 판매한
아모레퍼시픽(090430)은 현재 정확한 제품 회수율조차 산출하지 못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현재 전 직원이 관련 제품 회수에 총 동원 중"이라며 "정확한 회수율은 제품 수거가 완료된 이후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이번 사태의 수혜자로 꼽히는
LG생활건강(051900)도 눈치를 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LG생활건강은 생산 중인 모든 제품에서 문제 성분을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미 일부 제품의 변경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 같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다.
문제 성분을 치약에는 사용하지 않았고 일부 씻어내는 제품에만 법적 허용치 내로 쓰고 있는 가운데 자칫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면 문제 기업으로 함께 엮일까 우려하는 것이다.
CMIT·MIT가 포함된 원료를 미원상사로부터 공급받은 아모레퍼시픽과 애경, 코리아나는 해당 성분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가습기 살균제 유해 성분인 CMIT·MIT 성분을 사용한 쏘내추럴의 '페미닌 퓨어 존 시크릿 이너 미스트'(좌)와 잎스코스메틱의 '나이팅게일17 아미노 캡슐 논워시 퍼퓸 트리트먼트'. (사진=쏘내추럴·식품의약품안전처)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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