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SSD 글로벌 서밋 2016'에서 삼성전자가 SSD 신제품을 공개했다. 사진/삼성전자.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반도체가 돌아왔다. 제조사의 실적은 물론, 수출에서도 효자 역할을 되찾는 모습이다. 기술 경쟁력 우위 속에 시황 회복도 본격화되고 있어 다시 황금기가 찾아올 전조가 엿보인다.
반도체 시황 상승곡선이 가파르다. 4일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 D램 고정거래가격은 4GB DDR4 모듈 기준 14.5달러로 8월(13.5달러) 대비 7.4% 상승했다. 스폿거래가격 상승속도는 더욱 빨랐다. 4Gb DDR3와 DDR4 칩은 각각 전달보다 19%와 15%씩 오른 2.1달러와 2달러를 기록했다. 주요 메이커들의 교통정리와 함께 제조사들이 모바일 D램 생산 비중을 늘리면서 PC D램의 공급부족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노트북과 스마트폰 재고 수요도 절정으로 치달았다. 8GB D램 모듈을 장착한 노트북 신제품들이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쏟아져 나왔다. PC-OEM들은 늘어나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PC D램의 가격 프리미엄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4분기엔 더욱 큰 폭의 가격인상이 나타날 조짐이다. 에이브릴 우 D램익스체인지 책임연구원은 “D램 메이커들이 수요 성장을 과소평가하고 있어 PC D램의 공급부족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PC OEM들은 공급 부족으로 9월에 이미 4분기 D램 계약 체결을 끝마치며 재고 확보에 열을 올렸다. D램 메이커들이 서둘러 생산량의 많은 부분을 PC D램에서 서버 및 모바일향 D램으로 전환하고 있어서다. 여기에다 일부 공급업체들은 20나노 또는 21나노 공정 수율을 목표치까지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따라 전체 산업의 PC D램 생산량이 당초 예상 수요를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조사들의 생산량 조절과 PC D램의 공급 부족, 예상보다 견조한 노트북 수요 등으로 4분기 PC D램 가격은 2년래 최대치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낸드플래시 역시 모바일과 서버향 수요 확대로 6월 이후 가격이 상승, 강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시황 호조는 메모리 선도업체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실적에도 긍정적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노트7의 리콜 손실이 1조원 정도로 추정되는 가운데 반도체가 실적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앞서 1~2분기 시황 약세 속에서도 3D V낸드 등 경쟁업체와의 기술격차를 통해 차별화된 실적을 달성했었다. 삼성전자가 4세대 진입을 앞둔 3D 낸드의 전방 SSD 시장은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투자를 확대하며 3D 낸드 제품 양산 수율을 높이고 있다. 4분기 3세대 3D 낸드 양산에 진입한 뒤 내년 상반기 신규 생산라인을 가동해 시장 장악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양사는 애플 아이폰7 부품 공급망에도 나란히 진입해 신제품 수혜도 기대된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대만의 TSMC에 내줬지만, 용량이 커진 모바일 D램은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특히 이번에 첫 선을 보이는 256GB 모델은 삼성전자가 3D 낸드 기반 제품을 공급한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공급업체에 포함됐다.
반도체 가격이 회복되며 수출도 제자리를 찾았다. 지난달 전체 수출은 자동차 파업, 갤럭시노트7 리콜, 석유제품 및 석유화학 정기보수, 선박 인도 감소 등으로 부진했지만 반도체는 올 들어 월간 최대 수출실적(55억9000만달러)을 달성하며 효자 몫을 해냈다. 특히 SSD는 스토리지 시장에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대체하며 4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해 지난달 사상 최대치(3억8000만달러)를 찍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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