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산업이 좀처럼 불황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지 못하면서 ‘수주절벽’이 장기화되고 있다. 특히 국내 조선 빅3는 8월말까지 누적 수주액이 27억 달러로 연초 목표의 8% 수준에 그쳐 올해 사상 최악 수주 성적을 기록하게 될 전망이다.
국내 대형 조선 3사의 올해 8월말 누적 수주는 27억달러로 연초 목표의 8% 수준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8월
현대중공업(009540),
대우조선해양(042660),
삼성중공업(010140) 등 이른바 국내 대형 조선 3사의 누적 수주액은 27억 달러로 연초 목표의 8% 수준을 나타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조선 3사가 올해 수주목표를 총 341억6800만 달러로 설정했지만, 8월말 현재 26억7900만 달러(상선 21억1500만 달러, 해양 4억6400만 달러)로 집계했다. 8월말 누적 수주는 현대중공업 11척(현대미포5척 미포함), 대우조선해양 10척, 삼성중공업 0척 등 총 22척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주부진은 이들 조선사 대부분이 해양플랜트 수주를 높게 잡았지만, 올해 들어 해양플랜트 발주가 곤두박질 치면서 저조한 수주성과를 기록한 것이다. 올해 8월까지 국내 해양플랜트 총 수주액은 4억6400만 달러로 전부 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조선 대형 3사의 수주 소식이 간간히 들리고 있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회복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초부터 시작된 수주절벽이 하반기까지 이어지면서 조선사들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조선사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실제로 상반기 브라질의 자원개발 회사인 발레(Vale)가 중국에 발주한 초대형 철광석 운반선(40만dwt) 40척과 크루즈선의 발주 외에 사실상 전멸이다.
클락슨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09년 전세계 조선소 931곳이었으나, 현재 가동 중인 조선소는 402곳으로 약 57%가 줄었다. 중국은 지난 2009년 667곳에서 최근 불황이 지속되면서 중소 조선소가 도미노처럼 무너지면서 현재 140여곳에 불과하다. 중국 중견 조선사인 시노퍼시픽 오프쇼어 엔지니어링이 청산 절차에 들어가기로 결정했고, 모회사인 시노퍼시픽그룹은 상해 영업소와 설계부서 폐쇄, 저장성 조선소 파산 신청 등을 진행 중이다.
일본 역시 지난 2008년 71곳에서 현재 59곳(17% 감소)이 가동 중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오리엔트 조선과 21세기 조선, 지난해 신아에스비 등 중소 조선소 19곳이 문을 닫았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소는 지난 2007년 66곳에서 지난 연말 47곳으로 28.9% 감소했다.
문제는 전방산업인 해운업의 선박 과잉공급과 저유가가 지속되고 있어 선박이나 해양플랜트 발주가 더욱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해운공룡인 덴마크 ‘머스크’는 신규 선박발주를 중단한 상태다. AP묄러-머스크의 이사회 의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새 배를 주문하는 것은 이제 끝났다”면서 “성장을 위해 차라리 인수를 통한 성장이 더 낫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 연구원은 “지난 2008년~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극심한 발주 침체기를 겪고 있다”면서 “전 선종에 걸친 운임 침체가 주요 원인으로 그나마 최근 LNG선과 벌크선의 운임이 반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조선 3사의 8월말 누적수주는 27억 달러로 연초 제시했던 수주목표의 8% 수준”이라면서 “올해 예상치인 110억 달러도 공격적인 수치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