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지난 봄 이사철 40%에 가까울 정도로 빠르게 치솟던 서울 아파트 월세비중이 4개월 연속 하락하며 30%대 초반까지 뚝 떨어졌다. 송파나 노원 등 일부 지역의 역전세난으로 인해 월세전환 속도가 다소 주춤해진 모습이다. 또 매매가격 턱 밑까지 오를대로 오른 전셋값에 전세입자를 낀 소액투자가 크게 늘면서 전세물건 공급이 다소 늘었다는 분석이다. 서울 주변 신도시들의 입주물량 증가 등으로 인해 지난해처럼 월세전환 속도가 빠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1만3156가구로, 지난해 같은 달(1만3501건)과 비교해 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세거래는 8814건에서 8888건으로 0.8% 소폭 늘었지만 월세거래가 4687건에서 4268건으로 8.9%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전체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감소했다. 1년 전인 지난해 7월 34.7% 수준이던 서울 아파트 월세비중은 올해 초 37.6%까지 오르더니 지난 3월에는 전체 1만5591건 중 월세거래가 5939건에 달하면서 38.1%에 달했다. 하지만 다음 달 36.1%로 소폭 낮아지더니 5월 35.4%, 6월 34.5%에 이어 지난 달에는 32.5%까지 떨어지면서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강동구는 1년 전 32.3% 수준이던 월세비중이 지난 달에는 23.9%로 8.4%p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하락폭 2.3%p를 크게 웃돌 뿐 아니라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강동구 둔촌동 D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물건이 모자랄때는 집주인들이 2년 전보다 오른 금액을 월세로 전환하면서 일부 월세 물건이 늘었다"면서 "다만, 작년부터 동쪽으로 미사강변, 남쪽으로 위례신도시에서 입주가 크게 늘면서 전셋값이 떨어졌다. 가격 상승폭도 줄고, 전세물건도 쌓이다보니 월세로 돌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 아파트 임차시장 월세비중 추이. 자료/서울부동산정보광장
높은 전세가율에 따른 기존 주택에 대한 투자자가 늘어난 것도 월세 전환 속도를 늦추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전세가격이 워낙 높아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보증금으로 대부분의 주택자금을 충당하고, 일부 소액만 자기자본을 투자하는 갭투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7월말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74.8% 수준이다. 성북구는 84.3%에 이를 정도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 수준까지 크게 올랐다.
실제 성북구 길음뉴타운4단지 전용 59.97㎡의 경우 지난 달 매매 4억1000만원, 전세 3억6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5000만원만 있으면 서울에서 20평대 후반 아파트를 투자 목적으로 구입이 가능한 셈이다.
높은 전세가율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미사와 동탄2, 위례, 김포한강 등 서울 접근성이 좋은 신도시들의 입주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세물건 공급 증가에 따른 월세전환 속도 주춤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김성용 씨알피플앤시티 대표는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소액을 이용한 주택시장 투자수요 진입 문턱은 낮아지고, 그에 따른 전세물건 공급은 일정부분 이어진다"며 "또, 수도권 분양시장에 몰린 청약자들이 실수요도 많지만 투자수요도 상당부분 포함됐던 만큼 입주와 동시에 전세로 나오는 물건이 쏟아지면서 공급이 이어질 경우 월세전환 속도는 다소 늦춰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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