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부품사들을 비롯해 삼성 계열사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고민이 있다. 그룹의 간판인 삼성전자 의존도를 최소화하는 것. 궁극적으로는 홀로서기다. 과거 고속성장의 원동력이 됐던 계열사간 긴밀한 관계는 개별 기업의 자생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됐다.
그룹 내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한국2만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 59개 계열사의 총 매출은 271조8800억원으로, 이중 삼성전자가 절반(49.7%)을 차지했다. 매출 순위가 두 번째로 높은 삼성생명(9.9%)과의 격차도 상당하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으로 따지면 삼성전자의 기여도는 69.5%(13조3892억원)로 늘어난다. 전체 영업이익은 19조2883억원이었다. 삼성 안팎에서는 "전자를 제외한 모든 계열사들이 후자"라는 말까지 나온다.
심지어 일부 계열사들은 전체 매출의 60%가량을 삼성전자로부터 창출한다. 올 1분기 기준 삼성SDS가 66%로 가장 높은 의존도를 보였다. 삼성전기(60%), 삼성디스플레이(54%) 등도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삼성전자에 의지하고 있다. 제일기획은 상반기 그룹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65%로, 이중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향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계열사들의 홀로서기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삼성전자와의 시너지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원가절감 전략을 강화하면서 부품사로까지 이익이 배분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7 시리즈의 흥행 등으로 1분기 영업이익 6조6800억원, 2분기에는 8조14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삼성디스플레이는 2700억원의 손실과 1400억원의 수익을 냈다. 가까스로 흑자 전환했지만 지난해 2분기의 5400억원보다는 74% 적은 규모다. 삼성전기는 1분기 429억원, 2분기 152억원의 영업이익에 그쳤다.
삼성전자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는 자생력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제일기획의 경우 상반기 진행된 프랑스 광고대행사 퍼블리시스와의 매각 협상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 광고물량 확보 여부가 결렬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지난 6월 물류와 IT서비스 분할을 결정한 삼성SDS는 독자생존을 증명해내야 한다. 성장을 주도한 물류부문을 떼어낸 이후 자체적인 성장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때문에 매출 다변화는 생존과 직결되는 지상과제다. 2012년 삼성전자 LCD사업부에서 독립해 태생적으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삼성디스플레이는 강점인 중소형 OLED 패널로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 1분기 애플에 대한 매출 비중은 8%로 2013년 대비 3%포인트 늘었다. 특히 향후 3년간 애플에 차세대 아이폰용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키로 해 비중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밖에 중화권 스마트폰·노트북 제조업체에 대한 납품 비중도 증가세다.
삼성전기도 중국에서 기회를 모색 중이다. 하반기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을 대상으로 듀얼카메라 공급을 늘려 연말까지 이들에 대한 매출 비중을 2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전장산업 등 신사업 확장에도 주력하고 있다. 현재 유럽, 미국 등지의 완성차 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부품을 제공하고 있다.
제일기획은 국내외 신규 광고주를 지속 발굴하고, 디지털 마케팅 분야 신규사업을 확대코자 한다. 지난 4월 인수한 영국의 B2B마케팅 전문회사 파운디드와 구글, 페이스북 등과 체결한 파트너십 등이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SDS는 보안,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등의 영역에서 동력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중순 영국의 사이버 보안솔루션 업체 다크트레이스와 국내 블록체인 전문업체 블로코에 투자를 결정한 것도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기술 확보 차원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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