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정유미는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배우다. 비중과 상관없이, 새로운 인물로 다가서는 데 망설임이 없다. 누군가와 알콩달콩 '썸'을 탈 때도('로맨스가 필요해2'), 직장인의 애환을 드러낼 때도('직장의 신'), 남편이 죽었을 때도('히말라야') 정유미는 작품 속 인물에 완벽히 부응했다. 그의 연기는 작위적이지 않은 덕분에 극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곤 한다. 그래서 팬들은 정유미라는 본명을 두고 '로맨스가 필요해2' 캐릭터 이름인 주열매라 부르거나, '연애의 발견'의 한여름이라고도 한다.
그런 그가 신작 '부산행'에서는 좀비떼 사이에서 도망치는 임산부 성경을 연기한다. 수 많은 좀비와 함께 출연인물도 많은 이번 작품에서도 정유미는 특유의 자연스런 연기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서운 좀비떼를 도망쳤던 정유미를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는 "언제나 캐릭터 연구를 깊게 하는데, 이번 만큼은 아무 생각, 고민하지 않고 작품에 임했다"고 말했다.
배우 정유미. 사진/NEW
"캐릭터 고민 안 했다"
무더운 여름, 만삭의 임산부를 연기해야 하는 정유미는 커다란 복대를 배에 장착했다. 지긋지긋한 폭염 속에서 땀이 차고 걷기도 힘든 스트레스가 가득했지만, 정유미는 그마저도 즐길 수 있었다고 했다. 그 이유는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최대한 배제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자신의 캐릭터보다는 작품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다.
"이번에는 밀도 있는 연기를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임산부의 한계가 있잖아요. 뛰는 것도 그렇고, 정서적인 스트레스도 있고요. 그런 디테일을 최대한 심플하게 생각했어요. 그런 거까지 다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제 캐릭터만 나오는게 아니잖아요."
매사 작품마다 깊게 캐릭터를 연구하는 정유미였다. 캐릭터의 감정선은 물론 작은 소품 하하나까지 감독에게 아이디어를 제안할 때도 있는 그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생각을 안했다.
"생각이 너무 많아져도 안 되겠더라고요. 배우가 캐릭터를 만나면 전사를 그리고 어떻게든 풍성하게 만드려고 노력하잖아요. 그게 배우로서 기본인데, 이번에는 불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했어요. 작품에서 저만 너무 돋보이려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정서적으로 약해지는 부분들은 보여주지만,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그저 감독님 주문에만 충실하고자 했어요."
배우 정유미. 사진/NEW
"이미지 생각하면 연기 못해“
이번 작품에서 정유미는 마동석과 부부로 나온다. 실제로 두 사람은 12세의 나이차이가 있다. 개봉 전 과연 잘 어울릴까하는 우려를 깨고 두 사람은 잘 어울리는 한 쌍을 그려낸다. 우락부락한 외모의 상화(마동석 분)는 성경을 극진히 챙긴다. 반대로 성경은 상화의 행동을 꾸짖는다. 그 과정에서 보이는 케미스트리가 훌륭하다. 정유미는 마동석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저도 모르게 마동석 선배님 처음 볼 때 '마요미'라고 했어요. 한참 오빠인데도 푸근하고 좋더라고요. 늘 재밌고요. 편안하게 촬영했어요. 그리고 연기적으로도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몇가지 애드리브가 있었는데,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반응을 한 게 나오더라고요.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고마운 분이에요.“
실제로는 미혼인 정유미지만, 임산부를 연기한다. 장르 영화 속 전형적인 캐릭터로 보일 수 있는 임산부 역할이지만, 모험적인 설정이 곳곳에 배치돼있다. 일종의 도전도 필요한 캐릭터지만, 정유미는 가볍게 생각했다.
"제가 결혼을 안 했다고 해서 임산부라고 안 하는 건 말이 안돼죠. 이미지를 생각하면 연기할 캐릭터가 없어요. 이미지 때문에 캐릭터를 포기한다는 건 정말 바보같은 생각이죠. 이 작품에 임산부는 여러가지 면에서 필요했어요. 게다가 꼭 전형적이지만도 않고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제가 이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거죠. 저에게 들어오는 모든 캐릭터는 잘 연기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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