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서울시가 내놓은 애플리케이션이 민간 애플리케이션과의 기능 중복과 관리 미흡 등으로 인해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애플리케이션 총 39개를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이 중 시 예산으로 개발된 애플리케이션은 총 33개로, 1개당 평균 개발비용으로 5700만원이 소요됐다. 시가 한 해 평균 8개 정도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걸 고려하면 매년 개발비로만 5억원 내외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시는 애플리케이션 출시 이유로 정책 홍보와 정보 제공을 이유로 들지만, 실제 이용률은 저조한 편이다. 지난 5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가 1만건이 채 되지 않는 애플리케이션은 전체 39개 중 13개나 된다.
기능 면에서 이미 시중에 출시된 애플리케이션과도 별 차이가 없는 경우도 있다.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지난 3월 출시된 ‘엔젤 아이즈’ 와 ‘엔젤 아이즈 도우미’ 역시 개발비로만 1억원 넘게 쓰였지만 지난 5월 말 기준 다운로드 수는 각각 166건, 113건에 그쳤다.
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시각장애인 특성상 안전성과 정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바로 사용하기 힘들다”며 “(엔젤아이즈가)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된다지만 기존에 사용하는 ‘비 마이 아이즈(be my eyes)’와 큰 차별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이렇듯 이용자 수가 적다 보니 일부 애플리케이션은 중도 폐기되는 일까지 빚어지고 있다. 지난 2011년 출시된 ‘말하는 해치’의 경우, 개발비로 2100만원이 쓰였지만, 이용자 수가 저조하다는 이유로 지난해 초 폐기됐다. 이와 함께 서비스 체계 개편과 기능 통합 등을 이유로 최근 5년간 폐기된 시 애플리케이션은 총 7개로, 개발비용 4억원만 날렸다.
업데이트도 제때 이뤄지지 않아 이용자가 불편을 겪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시 대표 브랜드인 ‘서울자전거 따릉이’는 지난해 출시 이후부터 최근까지 애플리케이션 실행이 느리다는 이용자 불편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014년 출시된 ‘서울문화유산스탬프’ 역시 문화유산 안내판에 붙은 QR코드 인식 오류나 지도 탑재 요구 등 애플리케이션 개선 신고가 이어지지만, 업데이트는 2014년 7월에 멈춰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 대표는 “애플리케이션 출시보다 중요한 것은 출시 이후에 이용자들의 불편사항을 반영해 업데이트와 유지보수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대기업에서 3년째 애플리케이션 개발업무를 담당 중인 A씨는 “예상수요에 대한 정확한 분석도 없이 무턱대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무리 좋은 기능이라도 이용자를 이해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초창기 스마트폰 보급 당시 유행처럼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된 부분도 있다”면서 “지금은 개발에 앞서 기존에 출시된 애플리케이션과의 중복성과 예산 타당성 등을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모바일서비스지침에 따라 올해부터는 로그 분석을 통해 실질적인 이용자 수를 파악하고, 불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은 줄여나가면서 웹서비스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4년 12월 서울시가 '안심지하철 종합대책' 일환으로 선보인 '지하철안전지킴이' 애플리케이션. 사진/뉴시스
조용훈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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