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서울시가 미취업 청년들을 위한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활동수당)을 이달 말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시는 복지부의 지적사항을 수용해 협의안을 만들었지만 복지부는 결국 지난달 15일 ‘불수용’ 의견을 최종 통보했다. 그 이전부터 정부와 여당은 서울시 등 지자체의 청년활동지원사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도 지난 총선에서 앞다퉈 청년지원정책을 내세웠다. 상호 모순이다. 서울시의 ‘청년활동수당’ 정책이 과연 포퓰리즘 정책인지 학계 등 전문가와 외국 사례를 통해 짚어봤다.(편집자주)
강완구 사회보장위원회 사무국장이 지난해 11월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시 청년수당 정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박근혜 정부는 지금까지 총 6번의 청년 고용 대책을 발표했다. 예산 역시 매년 2조원 가량을 쏟아 붓고 있지만 청년들의 취업난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들은 아르바이트 같은 단기·임시직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달 6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음식점 및 주점업의 산업 특성과 고용구조 변화’에 따르면 음식업 취업자 중 15~29세 청년층 비율은 지난 2008년 12.9%에서 2014년에는 23.5%까지 늘어났다. 특히, 다수의 청년들이 취업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지만 이들 중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취업자 비율은 2014년 기준으로 40.2%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달부터 본격 시행된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일명 ‘청년활동수당’)은 지난 4월11일 세부 지원계획이 발표된 이후 보건복지부와 계속된 마찰을 빚어왔다. 사전협의 과정에서 복지부는 청년활동수당이 사회보장제도에 해당한다며 잇단 제동을 걸었다. 이에 대해 시는 복지부와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지난 3개월간 복지부와 사전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청년활동수당에 대해 최종적으로 ‘불수용’ 방침을 통보했다. 시는 복지부와의 수정합의안과 구두합의를 근거로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시는 청년들과의 약속을 선택한 셈이다.
청년활동수당은 서울에 1년 이상 거주 중인 19~29세 미취업 청년 가운데 주 근무시간 30시간 미만인 청년에게 시가 사회참여활동비 명목으로 매달 50만원씩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청년지원정책이다. 시급 6030원으로 환산하면 청년들은 매달 83시간을 확보하는 셈이다. 지원기간은 최장 6개월로 대상인원은 사회참여의지가 있는 청년 3000명이다. 시는 청년들이 매달 작성하는 활동결과보고서를 평가해 지원금 사용이 자신의 취업 및 창업과 관련한 활동에 쓰였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만약 지원금 사용내역이 청년활동수당의 취지와 어긋나면 지원을 중단한다.
청년활동수당은 현재 이 시대 청년들이 처한 현실이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평가가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청년(15~29세) 실업률은 11.3%로 지난 1999년 통계기준 변경 이후 분기 수치로는 역대 최고치다. 심지어 지난달 14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청년 고용보조지표의 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이 34%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지난 1분기 청년실업률은 12.3%로 나타나 사상 처음으로 12%를 넘어섰다.
시는 청년실업의 해법을 찾기 위해 지난 3년간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와 함께 청년지원정책을 고민했다.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는 청년들이 겪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사회참여플랫폼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년활동수당은 청년 당사자는 물론 정책위원, 시 부서별 담당자 등이 계속된 토론과 고민을 거쳐 만든 정책”이라며 “사회 진입을 위해 벌이는 다양한 활동을 경제적 곤란함으로 인해 포기하지 않도록 경제적 비용부담 완화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년활동수당을 두고 정부는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정책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경제 관계장관 회의에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최근 지자체에서 청년수당을 명목으로 새로운 복지프로그램을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포퓰리즘적 복지사업”이라며 “중앙·지방정부간 협의와 조율이 우선되어야 하는 만큼 사전 협의제를 강력히 활용해 무분별한 무상복지사업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역시 지난 3월2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장 청년들의 마음을 사는 포퓰리즘의 용돈 나눠주기 식 정책은 하지 않겠다"며 서울시 청년활동수당에 대해 날을 세웠다.
복지부 입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복지부는 지난 5월26일 서울시 청년활동수당의 대상자 선정에 대해 객관성이 미흡하고, 공공재원으로 지원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순수개인활동, NGO 등 단순한 사회참여활동이 포함됐다며 ‘부동의(사업 재설계 후 재협의 권고)’의견을 통보했다. 또 급여지출에 대한 모니터링 없이 제도를 운영하면 무분별한 현금지급에 불과해 사업효과의 달성 여부를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는 이후 복지부 지적사항에 대해 협의를 통한 수정합의안을 만들었지만, 복지부는 결국 지난달 15일 최종적으로 ‘불수용’ 입장을 통보했다. 박 시장은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다음날인 16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생방송된 ‘원순씨 X파일’에서 “복지부는 수용을 결정했다는데 외부에서 뒤집도록 했다는 얘길 들었다”며 “도대체 외부라는 곳이 청와대인지, 국정원인지 밝혀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 부처와 서울시가 서로 논의 과정을 거쳐 합의에 이르렀는데 (어떻게) 외부의 압력으로 뒤집어지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박 시장은 복지부가 문제 삼는 ‘구직활동 범위’에 대해서도 “청년이 친구를 만나서 구직에 대해 얘기하고 먹은 밥값은 구직활동이 아니냐”며 “이렇게 따지는 건 정말 한심하다. 제발 청년을 믿어 달라”고 호소했다.
청년활동수당은 단순히 돈을 베푸는 시혜적 정책이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박 시장의 말대로 청년을 믿고 시작하는 청년활동수당은 어쩌면 청년정책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서울시는 청년활동수당을 통해 "'묻지 마' 취업으로 저임금, 불안정 노동현실에 직면하기 전 청년 스스로에게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진로모색과 취업역량강화를 통해 청년들이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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