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희석기자] 미국이 일본의 환율시장 개입을 경고했다. 일본 정부가 인위적으로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의미다. 엔저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 부흥 정책인 '아베노믹스'의 핵심이다. 일본은 미국의 경고에도 여전히 환율시장 개입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일본 센다이에서 20~21일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장회의에 참가한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경쟁적으로 통화 가치를 낮추는 일을 삼가야한다"고 말했다. 21일 오전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과 진행한 양자 회담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다. 일본 정부의 인위적인 환율시장 개입에 대한 경계감의 표현이다.
미국 재무부는 루 장관의 이날 발언에 대해 "지난 2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회의에서 참가국들이 '경쟁적 통화가치 하락 정책을 삼가자'는 합의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 장관은 회의 폐막후 기자회견에서도 "상하이 회의 때 약속한 (경쟁적 통화 절하를 피하자는) 환율 정책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도 각국이 경쟁적으로 통화 가치를 낮추는 일에는 반대한다. 아소 부총리는 회의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각국이 통화를 경쟁적으로 절하하는 것을 삼가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이 환율 시장 개입 의사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아소 부총리는 "불안정하고 무질서한 환율 움직임은 세계 경제에 상처를 입힌다"며 "엔화 가치에도 '급격하고, 일방적인' 움직임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엔화 가치가 일정 수준 변할 수 있지만 최근 몇 주 동안 2일은 5엔, 10일은 8~9엔 수준으로 출렁였다"며 "이런 움직임을 질서정연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환율 시장 개입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엔화는 일본은행이 지난 1월 29일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한 이후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다음달 금리를 올린다는 전망이 퍼지면서 달러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엔화 가치가 오르면 일본 수출 기업에 부담이 되고 경쟁 관계인 한국과 중국 등에도 영향을 준다. 엔·달러 환율이 미국, 일본은 물론 다른 여러 나라에게도 중요한 사안인 이유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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