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아일랜드 출신의 영국 극작가 겸 소설가이자 비평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다. 보시다시피 인생에서 고민만 하고 우물쭈물 하다가는 아무 것도 못할 것이라는 충고가 담겨있다.
한국 정부나 기업들의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대응을 보면 왜 이 묘비명이 자꾸 생각나는 걸까?
지난 2015년 12월 전세계 196개국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에 합의했다. 한국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망치(BAU, Business As Usual) 대비 37% 줄이기로 천명했다. 2030년까지는 14년의 기간이 남아있다. 그러나 시간이 여유 있는 것은 아니다. 신기후체제가 발효되는 2021년부터 세계 각국들은 온실가스 감축약속 이행 여부를 5년마다 점검, 목표 상향 설정하여 제출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 합의를 했지만 국제적 약속을 어긴다고 해도 구체적 강제 제재 방법은 없다.
이 때문인지 한국 기업들은 탄소배출감소 대책을 시급한 사항으로 인식하는 것 같지는 않다. 버틸 때까지 버텨보자는 입장인 것 같다. 한국 정부도 대책을 마련하고자 심각하게 기업들을 채근하는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아무런 일이 없던 것처럼 그냥 지나갈 리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결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뜨거운 걸 알고 허둥지둥 대책을 찾을 것인가. 한국 정부나 기업의 태도를 보자면 꼭 그럴 것 같다.
올해 봄 황사·미세먼지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다.
올해 봄철은 예년과 달리 유난히 황사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다. 4월 한달 내내 맑은 날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5월 들어 겨우 화창한 봄날을 회복했지만 첫째주만 해도 연휴에 비가 오고 남부지방엔 비 그친 이후(비에 씻긴 맑은 하늘이 아니라) 미세먼지주의보가 내려졌다.
체감날씨는 이처럼 심각한데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별로 실감나지 않는다. 지난 해 기상청의 기상예보를 살펴보니 서울의 경우 황사 15회 발생, 2014년엔 10회 발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미세먼지 예보는 기상청 자료에는 빠져 있다.(미세먼지 예보는 환경부에서 한다) 환경부의 대기질예·경보도 최근 한달간 서울의 미세먼지 나쁨이 5일간으로 기록되어 있다. 실제로 피부로 느낀 ‘미세먼지 나쁨’은 이보다 훨씬 많았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거의 매일 푸른 하늘을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황사·미세먼지주의보 또는 경보의 대책이란 마스크 착용과 외출 자제만 강조한다. 미세먼지 유발 요인을 어떻게 감소시키겠다는 구체적 계획이나 대응은 보이지 않는다.
언론의 보도도 마찬가지다. 황사·미세먼지 대응책 소개가 마스크 착용과 외출 자제에 머물고 있다. 심지어 피부관리대책 이런 것들을 다룬다. 일부 언론만이 영국 런던에선 시내 진입 경유차에 대해 500~1,000유로(한화 65만~130만원) 벌금 부과라든지 프랑스 정부가 지난해 말 2020년까지 파리시내에서 디젤자동차를 퇴출하겠다고 발표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한국에선 그나마 서울시에서 낡은 경유차량의 수도권 운행제한을 환경부와 협의하겠다는 구체적 대책을 내놓고 있다.(현실적으론 이 문제도 그리 쉬운 해법은 아니다)
2014년 몽골 현지에서 밤하늘의 별자리를 보다가 우연히 카시오페아 옆 솜털같은 성운을 보게 되었다. 그 별자리를 본 것을 따지고 보니 40여년만이었다.(서울 하늘에선 전혀 볼 수 없다) 어른이 되어 서울에 살면서 어릴 적 보았던 수많은 별자리를 아득히 잊고 있었음을 깨닫고는 내가 마치 ‘따뜻한 냄비 속의 개구리’가 아닌가 생각되었다.
화창한 봄날을 잃어버리고도 그 심각성을 공론화하지 않는 세태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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