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고용노동부가 단체협약 지도 계획을 소개하기 위한 웹툰에서 노동조합원 자녀들을 ‘금수저’로 표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단체협약상 우선 특별채용 조항이 고용세습으로 이어졌는지 사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용세습을 실제 존재하는 관행으로 전제한 것이다.
고용부는 지난 19일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와 부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태양의 후회’라는 제목의 웹툰을 공개했다. 이 웹툰은 최근 종영된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패러디한 것이다.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웹툰에서 윤 중위와 서 상사는 연인관계이고 윤 중위의 아버지는 둘이 소속된 특전사령부의 사령관이다. 그런데 윤 사령관은 서 상사가 아닌 육군사관학교 출신 사위에게 자신의 직위를 물려줄 것이라면서 단체협약의 우선 특별채용 조항을 무기로 활용한다. 하지만 참모총장은 ‘전 부대의 인사를 능력 중심으로 바꾸라’는 지침을 내렸고, 결국 사령관도 서 상사에게 신분세습을 없앨 것을 명했다.
문제는 등장인물들의 대사다. 조합원인 윤 사령관은 공정한 기회를 통해 직위가 결정돼야 한다는 딸의 말에 “지금까지 다 그래왔다. 내 밥그릇 챙기는 건 당연하다”고 받아쳤다. 윤 중위, 서 상사와 함께 사령관 집무실에 머물다가 나온 유 대위는 강 교수를 만난 자리에서 “그렇게 모두 가만히 있으니 이제는 당연하게 관행처럼 돼버렸다”고 푸념했고, 강 교수는 “다른 사람들이 고용세습 얘기 들으면 얼마나 힘 빠지겠냐. 바로 금수저 얘기 나오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정부는 고용세습이 이뤄진 사례를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오히려 노동계는 정부가 노사 합의로 만들어진 단체협약 조항을 권력형 채용비리처럼 묘사함으로써 존재하지도 않는 고용세습을 노동시장에 만연한 관행인 것처럼 호도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정부도 고용세습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식의 여론플레이를 하는 건 노동계를 아주 부도덕하고 몰염치한 집단으로 매도해 노동개혁의 명분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정말 고용세습이 있다면 이렇게 거짓 정보만 흘릴 게 아니라 고용세습이 발생한 사업장 수를 조사해 그 통계를 공개하지 않았겠느냐”고 지적했다.
한편 고용부는 지난해 10월에도 임금피크제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가늘고 길게’라는 문구를 사용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 고용부는 ‘카카오톡 플러스’ 계정과 친구를 맺은 이용자들에게 노동개혁 캐릭터 이모티콘 16종을 무료로 배포했다. ‘가늘고 길게’는 ‘임금피크제’라고 적힌 띠를 두른 캐릭터가 외쳤던 구호였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단체협약 특별·우선채용 조항을 소재로 한 고용노동부의 웹툰 '태양의 후회'. 그림/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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