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사회책임지수)어떻게 평가했나
국제적 합의 'ISO 26000'적용으로 객관성 높여
2016-03-30 06:00:00 2016-03-30 17:50:18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와 토마토CSR연구소의 ‘2016 대학사회책임지수’는 국내 4년제 대학의 ‘사회적 책임’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대학의 사회에 대한 태도와 사회적 관계를 측정하며 대학의 포괄적인 사회책임 수준을 다룬 최초의 평가다. 졸업생 취업률, 교수의 논문 수 등 흔히 포함되는 ‘실적’에 대한 측정을 배제해 기존의 성과중심 대학평가와는 뚜렷이 다르다. 대학의 서열화를 조장했던 획일화된 평가 틀에서 벗어나 대학과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대학은 설립 근거나 목적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뉜다. 대학의 사회책임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이번 조사에서 적용한 대학 분류 기준은 기존 분류법과 조금 다르다. 대학이 공적 자본으로 설립 되었는가와 대학 운영이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가를 판단해, 이에 해당되는 대학을 ‘공공영역대학’으로 구별하고 사립대학과 따로 구분해 평가했다. 특히 공공성에 기반을 둔 공공영역대의 사회책임 수준은 사립대학보다 높아야 한다. 공공영역대학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의해 설된 ‘사회적 기관’이므로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간과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토마토CSR연구소의 ‘2016 대학사회책임지수’는 2010년 국제표준화기구(ISO)가 발표한 ‘기관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적 기준’인 ISO26000의 틀을 따랐다. ISO26000은 모든 사회의 조직이나 기관이 의사결정 및 활동 등을 할 때 소속된 사회에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책임을 규정한 국제적 합의다. 세계인권선언, 국제노동기구(ILO)협약, 기후변화협약, 유엔 소비자보호지침 등을 총망라한 안내서다. 국내외 많은 기관과 기업들이 ISO26000을 사회책임 지침서로 활용하고 있다.

 

ISO26000의 핵심 주제는 지배구조, 인권, 노동, 환경, 공정성, 소비자, 지역사회다.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와 토마토CSR연구소의 대학사회책임지수 평가는 ISO26000의 7개 부문을 전부 포함했다. 각 주제에 해당하는 세부 지표를 확정하기 위해서 대학이 공개한 자료들을 심사, 선정해 대학의 포괄적인 사회책임 수준을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지표 체계를 확립했다. 노동, 인권, 소비자(학생), 지역사회, 환경, 공정성, 거버넌스 등 7개 부문을 구성하는 세부 지표는 모두 47개로 확정됐다. (세부지표표 참조)

 

평가 자료는 대학알리미, 각 대학 홈페이지, 교육부 공시자료 등 공개 영역에서 모았다. 각 세부 지표에 대한 최근 3개년 자료를 취합해 최근 연도에 가중치(5:3:2)를 두어 평균값을 계산했다. 대부분 2015년 말을 기준으로 2015, 2014, 2013 3개년 동안 공시된 자료를 사용했고, 자료를 얻을 수 없는 경우 최근 2개년 공시 자료로 대체했다. 계산된 평균값은 자료의 성격을 기준으로 정방향 혹은 역방향으로 순위를 매겨 점수화했다. 각 지표의 중요성을 판단해 가중치를 주었다. 합산된 부문 점수는 대학 교육의 학점 체계를 따라 A+부터 D-까지 12개 등급으로 나누었다. 예를 들어, A+는 4.3점, A는 4.0점, A-는 3.7점 등이다. 최종 점수인 평균학점은 부문별 학점을 계량화해서 부문별 가중치를 적용해 평균값을 구한 것이며, 만점은 4.3점이다. 이번 평가는 총점제를 따르지 않았는데, 이러한 평균학점 방식은 현재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학기별로 학점을 부여하는 방법과 동일하다.

 

‘2016 대학사회책임지수’ 평가 대상인 ‘공공영역대학’은 총 37개 대학이다. 공공기관의 성격을 띠고 있는 국공립 대학과 정부출자대학, 국립대 법인과, 특별법 법인 설립 대학이 모두 포함된다. 형태상 사립대학으로 분류되지만 설립 목적이나 운영 등의 면에서 정부와 관계된 대학은 공공영역대학으로 구분했다. 공시된 자료가 부족한 분교나 캠퍼스는 이번 조사에서 제외했다.

 

[노동 부문]은 대학에 속한 직원에 대한 보수나 복지, 노사관계 등을 측정했고, 부문 총점은 전체의 12%로 배정했다. 인건비, 복리후생비, 비정규직 비율, 노조 가입률 등이 지표로 선택되었다. [인권 부문]은 장애인, 기회균형 선발대상 학생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 대한 형평성 수준을 평가하며 총점의 7%를 차지한다. [학생 부문]은 학생의 실질적 학습 환경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총점의 30%를 주었다. 학생1인당 교육비, 장학금, 비학자금 대출 등 경제적 지표와 전임교원 확보율, 강좌당 학생 수, 학생1인당 장서 수, 해외대학 파견학생 비율, 교사시설 확보율 등 기본적인 교육 여건을 포함한다.

 

[지역사회 부문]에서는 지역사회 참여도를 측정하는 사회봉사나 자원봉사 실적을 비롯해, 대학이 사회에 교육 자원을 제공하는 원격강좌 개설현황, 대학강의 공개실적 등을 지표로 삼았다. 특히 지난해부터 실시된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의 참여도를 지표로 추가해 최근 대학강좌 공개 추이를 반영했다. 지역사회 부문의 배점은 총점의 16%이다. [환경부문]은 캠퍼스 내 에너지 절약 등 환경에 관한 실천을 측정했다. 환경부가 선정한 그린캠퍼스 수상여부, 정보 보안 수준 등을 포함했으며 부문 총점은 전체의 12%를 할당했다.

 

[공정성 부문]은 총점의 8%를 차지하며, 대학의 법규위반 건수 조사와 언론에 부정적으로 노출된 빈도를 측정하는 사회영향프로그램을 포함했다. 마지막으로 [거버넌스 부문]은 기부금, 정부지원금, 재정사업 수혜실적, 재정지원 제한대학 등 경제적 지표를 선정했고, 최근 교육부와 대학의 입장이 다른 경우가 많아 논란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총장선출방식을 조사해 포함했다. 거버넌스 부문의 배점은 총점의 15%이다. 거버넌스 부문은 앞서 발표된 사립대학의 대학사회책임지수 평가에서 사용된 지표와 차이가 있다. 사립대학의 경우, 사학비리와 관련 있는 적립금의 현황과 적정성을 판단하는 여러 지표를 선정했는데, 공공영역대학은 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토마토CSR연구소의 2016 대학사회책임지수 평가는 2015년 12월부터 4개월간 수행되었으며, 2016년 2월에 각 대학에 취합한 자료를 확인하는 회람 절차를 거쳤다. 대학이 적절한 자료를 첨부해 이의를 제기한 경우 재심사를 통해 자료를 정정했다.   

 

 

2016 대학사회책임지수-공공영역대학 지표표. 자료/토마토CSR연구소

 

 

토마토CSR연구소 신지선 연구위원 jise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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