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당에 남아 대표직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대표는 23일 오후 국회 대표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거가 2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당이 이번 선거를 맞아 어떠한 상황이 전개될 것인가에 대해 나름대로의 책임감을 느꼈다”며 “고민고민 끝에 일단 당에 남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당에 처음 왔을 때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수권정당을 만들고자 왔다고 분명히 얘기했다”며 “약속한 대로 제가 모든 힘을 다해 당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정상화시키는데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한때 ‘그 따위로 대접하는 정당에서 일할 생각 없다’며 사퇴 의사를 내비쳤던 김 대표가 잔류를 선언함으로써 더민주의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김 대표와 비대위가 제시한 비례대표 선출 방안이 지난 20일 중앙위원회의 반발로 결국 변경되고, 김 대표가 밀던 후보들이 후순위로 밀렸던 터였다. 이에 반발한 김 대표가 당무 거부까지 했던 상황에서 끝내 사퇴를 선언했다면 더민주는 더 심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었다.
이같은 우여곡절 속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문제 해결능력을 보여줬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2일 상경해 김 대표의 자택을 찾아 김 대표를 설득했다. 그는 “김 대표가 우리 당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원에 나섰다. 문 대표는 이날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울산 북구 야권단일화 기자회견에서도 "김종인 대표와 신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며 ‘친노세력이 김 대표를 흔든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김 대표의 당 운영 방식에 대한 논란이 완전히 수그러든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수권 정당으로 탄생하고 정권을 지향한다면 기본적으로 국민의 정체성에 당이 접근하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도 우리 더불어민주당은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이번에 보여줬다”고 말했다.
내홍을 수습한 더민주는 이날 비례대표 최종 명부를 발표했다. 1번에는 당초 발표대로 김 대표가 추천한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가 ‘논문표절’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올렸다. 김성수 대변인은 “비례대표 제의가 들어갔을 때 박 교수가 김 대표에게 그런 일(논문 표절 논란)이 있었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렸다”며 “그 사안이 클리어(해결)되어 교수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고 전했다.
2번에는 김종인 대표가 자리했다. 자신의 비례대표 2번 배정과 관련해 김 대표는 ‘당을 끌고가기 위해 필요한 조치로 비례대표직에 욕심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당을 떠남과 동시에 비례대표직을 던지려는 각오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추천한 또 다른 인사인 최운열 전 서강대 부총장은 4번을 배정받았다.
지난 22일 중앙위 투표에서 전체 득표 1위를 차지한 김현권 더민주 전국농어민위원회 부위원장은 6번을, 여성 중 1위인 이재정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5번을 배정받았다.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인사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이 8번에 오른 것을 비롯해 권미혁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11번),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15번) 등이 당선권에 들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역임한 제윤경 주빌리은행 대표도 9번을 받았다.
‘보이지 않는 손’ 논란에 휩싸이며 결선 후보자가 변경되는 등 진통을 겪은 청년비례 후보의 경우 정은혜 전 상근부대변인이 16번에 올랐다. 전날 경선을 통해 남자 후보로 확정된 장경태 서울시당 대변인은 24번으로 당선권에서 멀어졌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고민 끝에 당에 남기로 결정했다"며 잔류를 선택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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