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 이란 진출…자금조달보다 기본부터
경제제재 해제로 해외건설 기대…투재개발형 사업에 '촉각'
"빅데이터 구축으로 맞춤형 정보체계 마련해야"
2016-03-16 15:46:25 2016-03-16 16:33:20
[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국제 사회로부터 경제적 교류가 단절됐던 이란 시장이 개방되면서 해외건설에 목마른 건설업계에서는 단비가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해외건설 시장 니즈인 투자개발형 사업에만 목을 매고 있으며 정작 정보망 구축 등 '기본'에는 충실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16일 현재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총 80억9722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20억1955만달러)의 67%에 그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지속적인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발주물량 자체가 감소해 버린 중동 지역에서의 수주 급감이다.
 
실제로 중동 지역 수주액은 30억1968만달러로, 작년(38억2055만달러)대비로는 79% 수준이지만, 2014년(129억5911만달러)에 비해서는 29%에 불과하다.
 
이 같은 분위기에 이란의 경제재제가 해제되면서 업계 이목은 자연스럽게 이란을 향했다. 인프라는 물론, 노후된 플랜트의 증·개축 공사 발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란은 광공업 분야에서 최고 1000만달러 이상 투자유치를 추진하는 프로젝트만 41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1356㎞ 규모의 철도를 비롯해 새로 밝힌 철도 건설 프로젝트만 총 연장이 3400㎞에 이른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20년까지 에너지·교통 인프라 건설 분야 규모는 240조원이 넘어설 전망이다.
 
관건은 그동안 경제재제로 정부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터라 공사를 직접 발주하기보다는 시공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연계해 오는 투자개발형 프로젝트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개발형은 시공사가 직접 공사비를 조달해 공사를 시행한 뒤 20~30년 동안 운영하면서 수익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기술력만큼은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던 국내 건설사 입장에서는 금융과의 융·복합을 통해 투자개발형 프로젝트 수주를 확대해 나가야하는 숙제를 떠안게 된 셈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투자개발형 사업에 대비해 금융권과의 연계, 최근 본격 출범한 아시아인프라은행(AIIB) 등 글로벌 투자은행과의 협업을 강조하는 등 자금조달 창구 확보에 급급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맹목적으로 자금조달에만 포커스를 맞출 것이 아니라 기본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단 경제재제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는 점이 위험요소다. 미국은 이란과 거래하는 외국기업과 개인에 대한 제재인 '2차 제재'만 해제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미국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업자들은 이란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달러화나 유로화 통화가 아직 허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공사를 수주하더라도 공사비 결제에 문제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이란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국가 중 한 곳인 일본이 수주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은 미국과 함께 이란 경제재제에 참여하면서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했었다. 하지만 일본은 총 원유 수입량의 10%가량을 이란에서 수입하면서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에 전문가들은 건설사, 금융기관, 공기업(정부) 간의 촘촘한 '수주 네트워크'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한 선결과제 중 하나로 이들 세 주체간 정보공유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많은 기업과 기관들이 발주국가 정부 관계자나 발주처, 기업인들을 만나면서 얻는 정보를 나눠 수주 역량을 함께 키우고 이를 통해 공사 수주 협업까지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다수 기업이 애로를 겪고 있는 해외건설 정보와 관련해 현재 제시된 플랜트, 일반 건설, 엔지니어링 등 업종 맞춤형 정보체계 구축에서 한 발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며 "현재 산발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들을 하나로 통합한 빅데이터로 구축하는 한편, 통합 정보 플랫폼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활발한 비즈니스 외교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발 빠른 경제외교는 물론, 무엇보다 최근 설립한 AIIB에 한국 인력을 많이 보내 우리나라에 유리한 수주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고위급 외교를 통해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금융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국내 건설사들은 지나친 출혈 경쟁을 피하고 컨소시엄 구성 등으로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대형건설사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건설기업들도 수주로 이어질 수 있는 목표지향적인 해외사업 수주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란 건설시장이 열리면서 건설사들이 촉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기본에 충실한 수주전략을 세워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현대건설이 시공한 사우스파 4·5단계 전경. 사진/현대건설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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