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민연금 기금의 일부를 장기공공임대주택, 보육시설 등 공공인프라 확충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의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인프라 확충사업에 국민연금 기금을 빌려주고 원금과 약정된 이자를 돌려받는 방식으로 향후 10년간 100조원을 투자한다는 것이 골자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4일 기자회견에서 “노령화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30년 후 우리 경제가 지금과 같은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며 “연금의 공공투자를 통해 노령화에 대비한 국민연금과 출산과의 관계를 연결시켜 보자는 것”이라고 정책 목표를 설명했다.
이용섭 총선공약단장은 “국민연금 기금의 공공투자는 연금제도 자체의 긍정적 효과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고 부연했다.
연금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이 단장은 저출산 추세가 지속되면 연금 수령자는 늘어나는 대신 보험료 납입자는 줄어들어 연금제도 지속이 곤란해진다고 전제했다. 반대로 출산율이 높아지면 보험료를 올리거나 연금액을 깎지 않아도 연기금의 고갈을 막을 수 있다. 저렴한 주택과 보육인프라를 공급함으로써 출산율을 높이는 동시에 연금제도를 지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출산율 상승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단장은 “실제 수요를 기준으로 공공인프라를 전국 지자체에 골고루 확충할 수 있으며, 건설 관련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중·장년과 신혼부부, 청년, 학생 등 다양한 계층의 수요를 고려한 임대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주거 불안이 해소되고 중산·서민층의 주거복지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추진 이유로 꼽혔다.
연기금 투자를 통해 더민주는 장기임대주택의 재고량을 현재 5.2%에서 10년 후 13.0%로, 국공립 보육시설의 아동수용률도 같은 기간 10.6%에서 3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책 실현 가능성에 대해 김 대표는 “연기금 수익을 높이기 위해 해외에 주식 투자를 하고 부동산 투자를 하는데, 그 중 일부를 주택과 보육시설 증대에 사용하자는 것”이라며 “공공인프라에 투자를 해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하등의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표 후 주진형 총선정책공약단 부단장은 페이스북에 “앞으로 엄청나게 쌓일 국민연금 기금의 중·장기 운영방침을 미리 생각해야 하고, 떨어지는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공공주택이나 보육원에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을 2007년 김종인 박사와 얘기하면서 처음 들었다”는 글을 남겼다. 이날 발표가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것이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주 부단장은 “솔직하고 대담한 정책만 공약으로 내세우자고 했으며 적어도 김 대표의 이름을 걸고 나가는 것은 종래 천편일률적이거나 한탕주의식 정당 공약의 틀에서 벗어나기로 하자고 했다. 야구로 치면 스몰 볼(small ball) 작전이 아니라 빅 볼(big ball) 작전”이라고 표현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왼쪽 세번째)가 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연금 혜택, 국민께 '더'돌려드리겠습니다' 정책공약단 공약발표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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