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반도체 굴기…미풍인가 돌풍인가
먹잇감 노리고 탄알 충전…"장기적 위협은 분명"
2016-03-03 15:52:20 2016-03-03 15:52:20
PC와 TV, 스마트폰에 이어 반도체에서도 중국의 부상이 거세다. 정부 지원 아래 막강한 내수를 기반으로 성장, 규모와 자본력을 갖춘 뒤에는 빠른 속도로 선진기술을 흡수하며 괴물로 거듭나는 중국 특유의 성장방식에 설비와 기술의 대명사인 반도체산업까지 위협받고 있다.
 
지난 2일 중국의 경제매체인 '텅쉰차이징'은 중국 반도체 기업의 인수합병(M&A)이 글로벌 시장에 활력을 제공할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표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칭화유니그룹이다. 중국 명문대인 칭화대학교가 1988년 산·학 연계 기업으로 설립한 '칭화대 과학기술공사'를 모태로 하는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여름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 인수를 추진하며 이름을 알렸다. 
 
23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딜이 미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되자 칭화유니그룹은 새로운 먹잇감을 찾았다. 낸드플래시 시장 톱 3의 샌디스크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칭화유니그룹은 자회사 유니스플렌더를 통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업체 웨스턴디지털 지분 15%를 인수키로 했고, 약 한 달 뒤 웨스턴디지털은 190억달러에 샌디스크를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3일 유니스플렌더가 웨스턴디지털 지분 취득 계획을 돌연 철회하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실현되지 못했지만 인수합병을 통해 단숨에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야심은 여전하다. 
 
지난달 23일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자회사를 통해 샌디스크를 우회 인수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사진은 베이징에 위치한 칭화유니그룹 본사 로비 모습. 사진/로이터
 
특히 중국 정부가 중장기 제조업 부흥계획인 '중국제조 2025'와 올해부터 시행되는 '제13차 5개년 계획'에서 반도체 생산대국을 강조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점은 의미심장하다.  2014년 발표했던 '국가집적회로(IC)발전추진요강'에서는 1000억위안(약 18조원) 이상의 대규모 기금을 마련키로 하는 등 실탄 준비도 진행되고 있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총 1387억위안의 자금이 모아졌다. 
 
세계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국내 업계도 중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이 샌디스크 인수를 진행 중이던 지난해 11월 SK하이닉스(000660)에 지분 인수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하는 등 한국도 중국의 공격 대상에 포함됐다는 판단이다.
 
중국 기업들이 인수합병과는 별개로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점도 국내 기업들을 긴장시키는 요인이다. 주로 국내 기업의 퇴직자나 핵심 엔지니어들에게 연봉의 3~5배, 3년 이상 고용보장이라는 파격적 조건을 제시하며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출된 인력도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1~2년마다 반도체 공정의 새로운 기술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중국의 기술력은 아직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최신기술이 아닌 부족한 부분부터 채워나가는 전략이라면 장기적으로 충분한 위협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위협이 간단치 않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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