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 기자] 올해 정년 연장이 본격 시행된 가운데 국내 대기업들의 임금피크제 도입은 여전히 더딘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계가 연초부터 노동개혁을 적극 주장하고 나선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1일 발표한 '25개 그룹 임금피크제 도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모든 계열사가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는 그룹은 삼성·현대차·LG·롯데·한진·두산·CJ·대림·한진중공업·한국타이어 등 11곳으로 나타났다. GS와 LS, 현대산업개발 등 3개 그룹은 연내 전 계열사로 임금피크제를 확대 실시할 예정이다. 14곳을 제외한 나머지 그룹사는 아직 임금피크제 전면 도입이 불투명하다.
특히 이번 조사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계열사 포함 자산총액 5조원 이상) 중 공기업을 제외한 49개 그룹을 대상으로 진행, 응답자는 25개 그룹에 그친다. 답하지 않은 24개 그룹까지 고려하면 실제 도입 비중은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조원 전경련 환경노동팀장은 "중국의 경기둔화, 미국 금리인상, 저유가 등으로 대내외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올해부터 정년연장이 시행됐다"며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서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 노조 등 경제 주체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금피크제는 청년 일자리 확대 등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과 맞물리며 정부의 중점 추진 사안으로 꼽힌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정년보장 또는 정년 후 고용연장)하는 제도로,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통해 청년고용 등 새로운 일자리 확충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
이에 황교안 총리는 앞서 지난달 21일 한화를 방문해 기업들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적극 격려·권장하고 나섰다. 이날 방문은 정년 연장 시행에도 불구하고 기업 현장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더딘 데에 따른 정부의 긴박감이 표현된 것으로, 황 총리는 "노동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하고도 절박한 과제"라며 기업들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적극 촉구했다.
현재 일부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그룹들의 현황을 보면 SK가 SK텔레콤·SK하이닉스·SK케미칼 등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도입을 완료했으며,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를 포함해 5개 계열사가 시행 중이다. 한화와 KT는 각각 25개 계열사가 시행 중이며, 신세계는 대부분의 계열사가 도입을 완료한 가운데 조선호텔만 노사협의 중이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한화그룹을 방문해 임금피크제 도입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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