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노사가 임금피크제에 합의했어도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전 한국노동교육권 교수 정모(69)씨가 한국기술교육대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육원이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기존 인사규정과 저촉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협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교육원이나 교육원 직원에게는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임금피크제는 필연적으로 인사규정의 변경과 예산 및 신규 고용 규모 등의 변동을 수반하는 것"이라며 "이사회의 의결이 필요한 중요사항"이라고 덧붙였다.
교육원은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정부 주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렀고, 경영관리제도 개선을 요구받아 2005년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정년 61세를 보장받는 대신 59세부터 61세까지 임금·근로시간을 순차적으로 줄이고, 정년 이후 2년 동안 20%의 임금을 보장하는 내용이었다. 다만, 취업규칙은 개정되지 않았다. 2006년 10월부터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이었던 정씨는 2009년 9월 퇴직한 뒤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앞서 1·2심은 "노사공동위원회 제도개선 공청회를 개최해 임금피크제 등을 논의했다"고 전제한 뒤 "협약이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났다고 볼 수 없고 임금피크제를 실시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거나, 원고의 임금채권을 부당하게 침해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연구원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경영관리제도 개선을 지적받게 됐고, 노사공동연구팀을 구성해 임금피크제 등 개선방안을 마련해 제도화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도 임금피크제 합의를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정씨가 상고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DB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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