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물류의 중심이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생산기지 역할이 베트남 등 기타 동남아 국가로 분산되면서 ‘인트라 아시아’ 물류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당분간 이같은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으로의 물류 영향력 이동 현상이 향후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일 LG경제연구원의 ‘중국, 글로벌 물류의 중심으로 부상’ 보고서에 따르면, 물류 패권이 서서히 아시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세계해운위원회 조사 결과 오늘날 상해항과 싱가포르항이 세계 1위 항만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으며, 글로벌 10대 항만 중 7개가 중국에 위치해 있다. 반면 글로벌 최대 무역국 중 하나인 미국은 단 한 곳도 주요 항만 10위에 들지 못했다.
특히 홍콩을 포함한 중국 상위 50여개 항만에서 처리되는 물동량 비중이 전세계 항만 물동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는 글로벌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증명해주고 있다.
과거 중국은 글로벌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오늘날까지 급성장했다. 공업화 과정을 통한 빠른 경제 성장이 물류에 대한 니즈를 증대시킨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 근로자의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이같은 생산기지 역할은 점차 베트남 등지로 옮겨가고 있다. 이에 중국은 내수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의 연안 중심 발전에서 벗어나 지역별 개발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과도 맞물리는 현상이다.
또 현재 중국 동부 연안 주요 도시와 동북 지역은 전체 수출입 물동량의 70%를 담당하고 있다. 이 지역은 한국 제조업체들의 약 90%가 집중적으로 진출한 곳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개발이 덜 이뤄진 중서부 지역의 내수 물류가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부 지역에서는 육상교통 및 창고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중국 내에서도 생산기지가 동부에서 중서부로 이미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종석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내수 증가 및 생산 거점의 중서부 지역 확장 등은 중국의 내륙 운송과 창고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창고 운송업은 수출입 운송 이후 현지 창고 보관·출하, 최종 고객향 내륙 수배송 관리까지 포괄한다. 중국이 수출 중심에서 내수까지 포함하는 발전 계획을 추진하면서 중국 내수 물량을 처리하기 위한 창고 운송업 시장이 매우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하이 자유무역지대의 컨테이너 터미널 모습. 사진/신화·뉴시스
아울러 중국이 완제품 제조 및 조립 기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베트남 등으로 물류 노선을 적극 확장하면서 인트라 아시아 국제 물류도 활성화되고 있다. 중국에서 인도차이나 반도(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 등)를 잇는 내륙 운송 노선을 개발하려는 니즈가 재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중국이 실크로드를 통해 문화를 전파하고 상품을 팔아 타국과 교역하며 번성했듯, 오늘날에도 이같은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 차원을 넘어 중국 정부도 국가 물류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난 2009년부터 물류업 진흥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FTA 확대 등 대외 개방 정책을 통해 외국 기업의 사업 기회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DHL 등이 중국에서 최첨단 공항 물류 배송센터에 투자해 운영하고 있는 점이 일례다.
한편 중국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세부 물류시장으로는 ‘콜드체인(Cold Chain)’ 시장을 들 수 있다. 콜드체인 물류는 저온 유통체계를 활용해 채소나 육류 등의 신선식품 및 의약품, 화학제품 등을 운송하는 것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생활방식 변화와 니즈 다변화로 인해 신선식품 섭취가 늘고 있고, 의료 환경이 개선되면서 의약품 수요가 증가해 콜드체인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의 모바일 커머스 성장이 견인하는 특송 시장의 성장세도 눈여겨 볼 만하다. 중국의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적극 활용되는 모바일 커머스는 결과적으로 중국 내 육상 운송 시장과 국제 항공 운송 시장의 확대를 견인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물류의 중심으로 부상한 중국은 내수에서는 물론 주변 아시아 국가들에게도 최근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과거 중국에 집중했던 기업들은 향후 인트라 아시아를 포괄해 사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박 책임연구원은 “중국 중심의 인트라 아시아 지역은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돼 또 하나의 거대 시장을 형성해가고 있다”며 “다만 동남아로 생산기지가 상당부분 이동하더라도 완성품이 주로 중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만큼 중국의 주요 항만을 중심으로 국제 물류 노선이 운영되는 점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또다른 시사점은 중국에서 일상화되고 있는 모바일 커머스다. 기존 유통망에서 모바일로, 기성 고객에서 새로운 젊은 소비층으로 소비축이 본격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모바일을 통한 소비가 불러올 ‘특송’의 폭발적 성장 가능성이 재차 강조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려면 기존의 획일화된 시장 접근에서 벗어나 물류 운영방식을 더욱 세분화하고, 온라인 유통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콜드체인 시장 확대에서 볼 수 있듯, 중국 소비자들의 급변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세밀하고 복잡해진 시장 접근 방식에 적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책임연구원은 “기존에는 동부 연안 지역의 시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시장과 고객을 더욱 세분화해 부상하는 중서부 내륙 지역의 시장 분석과 이를 선점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중서부 내륙 지역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가 높은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 체결도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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