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LG가 그룹 차원에서 육성 중인 자동차 전자장비 사업이 실적 부진 속에서 나홀로 빛났다. 특히 전자에서 지주사로 자리를 옮긴 구본준 신사업추진단장(부회장)이 직접 자동차 부품사업을 챙기면서 그룹 내 위상은 물론 사업 탄력도 한층 더해질 전망이다.
LG전자는 26일 지난해 매출액 56조5090억원, 영업이익 1조192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대비 각각 4.3%, 34.8% 줄어든 부진이다. 같은 기간 대표적 부품 계열사인 LG이노텍도 전년 대비 각각 5.1%, 28.8% 줄어든 매출액 6조1380억원, 영업이익 2237억원을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LG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MC사업본부의 계속된 적자 속에 VC사업본부가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다만 LG전자는 내부적으로 VC 부문의 흑자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표정관리를 하는 모양새다. 정도현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일회성비용 감소가 주효했고 선행적인 투자활동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까지는 2~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 역시 지난해 4분기 기준 전장부품 사업만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25% 늘어난 1805억원의 매출을 기록, 역대 분기 기록을 갈아치웠다. LED 부문 매출액(1780억원)도 추월하며 입지를 굳혔다. 신규수주 규모도 늘며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차량부품 신규수주 규모는 4분기에만 1조1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4년 연간 수주금액(1조5000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김상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장부문은 오는 2017년 전사 매출 기여도가 27.8%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LG이노텍의 기업가치 산정 시에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LG그룹의 자동차 전장부문이 올 들어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연말 인사로 그룹의 신사업을 지휘하게 된 구본준 부회장의 전장 사업에 대한 열정과 애착도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미 구 부회장의 광폭행보는 이달 초 막을 내린 세계가전박람회(CES)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메리 바라 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에 참석한 뒤 포드 관계자들과 만남을 갖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자동차부품 사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최근에는 중국 4대 자동차 업체로 꼽히는 이치자동차에 전기차 핵심부품인 배터리팩, 인버터, 드라이버 유닛 등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는 등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 일가가 신사업을 책임경영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있다"면서 "전장부품 부문이 아직 매출 비중은 작지만 4~5년 뒤에는 주력사업으로 변모할 것"으로 내다봤다.
LG전자 사옥. 사진/뉴시스
김민성 기자 kms07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