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생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문형표(60)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20일 검찰에 고발했다.
경실련은 이날 오전 11시 문형표 전 장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날 고발인에는 경실련 관계자 3명과 당시 메르스에 감염돼 사망한 173번 환자의 자녀도 포함됐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메르스 사태에서 단순한 직무태만을 넘어 보건복지부장관으로서의 병원명 등 정보공개 등의 직무를 유기했다"며 "이는 형법 제122조의 직무유기죄에 해당하므로 철저히 수사해 엄벌에 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선 이들은 지난해 5월20일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해 위기경보 단계를 관심 단계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 조정했을 때 문 전 장관이 불필요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메르스 발생 상황, 예방과 관리에 관한 정보와 대응방법을 국민에게 알렸어야 했음에도 병원명 등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후 5월28일 6번 환자가 발생해 최초 설정한 방역망이 뚫린 사실을 확인하고도 메르스가 감염력이 낮아 조기 차단이 가능하고, 병원명, 노출자 등 정보가 공개되면 환자치료 거부, 혼란 발생 등이 발생할 염려가 있다는 방침을 고수해 병원명 등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도 문제 삼았다.
3차 감염이 본격화된 6월1일 14번 환자의 밀접접촉자와 격리 조치가 되고 있는지를 파악해 메르스 확산이 최소화되도록 해야 했는데도 여전히 병원명 등을 공개하지 않았고, 결국 6월7일 확진 환자와 18개 경유병원을 포함해 24개 병원명이 공개된 때는 이미 3차 대규모 감염 사태로 확대된 후였다고 주장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14일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초동대응 부실과 정보비공개 등 확산방지 실패, 삼성서울병원 환자조치 문제점 등의 책임을 물어 질병관리본부장 등 실무자 16명을 징계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많은 인명 피해와 사회·경제적 손실 등 국가비상사태까지 이르게 된 메르스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감사원은 재발 방지와 철저한 대책 수립을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했어야 한다"며 "실무자 징계에만 그친 것은 유감이고, 전형적인 정부의 책임 축소와 회피"라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해 5월20일 국내에서 최초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이후 그해 11월25일까지 평택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16개 병원에서 총 186명이 감염됐고, 이중 38명이 사망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12월31일 국민연금공단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된 후 전북혁신도시 본사에서 직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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