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중국시장이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 폭락과 거래중단, 위안화 추가 절하, 당국의 미숙한 대응 등으로 전 세계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졌기 때문이다. 주요변수였던 저유가와 미국 금리인상을 단숨에 제치고 중국증시가 올해 글로벌시장을 뒤흔들 최대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으로만 보면 이미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스리랑카의 한 경제포럼에 참석한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도 "2008년 금융위기를 떠올리게 한다"며 투자자들에게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중국발쇼크로 변동성 확대 불가피
새해부터 중국 증시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해외발 악재에 국내투자자 역시 새해 첫거래일부터 연일 하락, 장중 1800선까지 주저앉았다. 8일 상해증시가 폭락세를 딛고 상승 출발한 영향으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주요 증권사들은 중국 사태로 인한 증시 변동성이 더 증폭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현주 NH투자증권은 연구원은 "중국 증시의 조기 폐장과 위안화 환율 급등에 이어 개장 29분 만에 폐장하는 초유의 사태를 빚으면서 국내 증시도 크게 흔들렸다"며 "위안화가치가 5년래 최저를 기록한 가운데 중국 시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은 부담이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비관론자 코스피 1700선 '우려'
기관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위안화 절하다. 위안화대 달러 환율은 연초 이후 나흘 만에 1.5%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8월 투자자들을 놀라게 한 평가절하에 필적하는 폭이다. 이에 지난해 8월 위안화 추가 절하가 단행될 때의 악몽을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중국 인민은행이 3거래일 연속위안화를 4.7% 평가절하하면서 4000선에 육박하던 상해지수가 2주 만에 3000선까지 내려왔고, 코스피지수 또한 저가 기준으로 1800선까지 급락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비관론자들은 1700선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한요섭 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글로벌 공급과잉 지속과 경기둔화, 이로 인한 전 세계 한계기업들의 연쇄 부도 리스크, 자금경색 가능성이 클 것"이라며 "시스템 리스크 발생 시, 1700선까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정폭 크지 않아..저가매수 나서야
반면, 글로벌 투자자를 충격에 빠트린 중국발 악재가 지속하진 않을 것이란 의견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NH투자증권은 "위안화가치 절하로 수출 가격경쟁력 일부 회복되겠지만 1조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중국 기업들의 외채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더라도 가파른 절하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상영 KR선물이사도 "가파른 위안화 절하는 역외시장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빠른 절하는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을 야기시키고 소비 위주로 전환하려는 중국 정책과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정부가 속도를 조절하려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 증시의 낙폭도 우려처럼 크지 않을 것이며 1분기 실적발표 기간을 중심으로 기업에 초점을 맞추며 저가매수로 접근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삼성증권도 "중국증시는 정책에 민감한 시장이라며 올 상반기 선강통 시행, 차스닥 상해시장인 '전략신흥판' 개장 등 투자심리를 끌어 올릴 정책 호재가 기다리고 있는 만큼 조정이 길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항저우에서 'G20 정상회담' 10월 '18기 6중 전회' 미국 대통령선거 등 정치이벤트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헬스케어·미디어·화장품, 잘 버텼다 '유망'
투자자들이 관심은 이러한 변동성에도 꿋꿋이 버틸 수 있는 업종이나 종목이 무엇이냐다. 이에 대우증권은 "위안화 약세 구간에서 시장대비 초과 수익률을 기록한 업종은 건강관리, IT 하드웨어, 미디어·교육, 에너지, 화학, 화장품·의류, 유틸리티 등이었다"고 밝혔다. 이들 업종의 공통점은 전반적으로 업황 호전으로 실적이 양호했다는 것이다.한요섭 대우증권 연구원은 "건강관리, 미디어·교육, 화장품·의류업종은 시장의 주도 업종으로써 글로벌 경기와 무관하게 산업 내 성장이 지속되었고, 실적 개선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편 에너지, 화학, 유틸리티는 2014년에는 부진했지만 2015년 저유가 속에서 원가 절감으로 실적 개선세가 나타나면서 위안화 절하에도 주가 수익률이 높았다는 점을 주목했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도 "현재 국면에서 업종을 선택하는 데 있어 핵심은 업황과 실적"이라며 "글로벌 저성장 속에서 구조적인 성장이 가능한 건강관리와 전기차 관련주,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동성 고려해 현금자산 30% 준비 '필수'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자산관리 관점에서 올해는 시장 변동성 확대를 고려해 분할매수, 분산투자 원칙을 지킬 것을 당부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산의 30%는 현금으로 보유해 급락 국면에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상반기 증시 분위기가 좋다가 하반기 중국증시 급락으로 시세가 꺾인 적이 있다며 당황한 사람도 많겠지만 이런 급락 사태에 대비해 현금을 보관한다면 오히려 저가에 매수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보유한 투자자산 전액을 주식에 투자해버리면 가치가 하락할 때 사고 싶어도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대내외 변수가 터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현금자산을 미리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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