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위안부 합의 반발에 '침묵 또는 회피'
박 대통령 "난제 해결" 자찬했지만…국회 여성가족위 파행되고 외통위는 안열려
국립외교원 평가 세미나에도 외부 전문가들만 발표·토론
2016-01-05 17:06:11 2016-01-05 17:06:24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일본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지난달 28일 공동 발표한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인 일본군 위안부 합의 내용과 그 법적 효력에 대한 비판과 반박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그 논란에서 국정운영의 책임있는 정부여당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안부 피해자들과 피해자단체가 합의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정부에 협상 무효와 재협상을 촉구하고 나서는 등 비판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은 묵묵부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5일 올해 첫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노사정 대타협,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 정부에서는 손대지 못했던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온힘을 다해 왔다”며 이번 합의를 일종의 ‘성과’로 평가했을뿐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협상을 이끌었던 윤병세 장관도 지난 달 31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일본 측이 과거 어느 때보다 진전된 안을 갖고 나왔다”면서 “앞으로 합의가 충실히 이행되면 양국관계의 새로운 출발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도 “그동안의 어떤 합의보다 잘 된 합의”라고 호응했다.
 
즉 정부여당은 이번 합의를 ‘잘된 합의’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과연 잘된 합의인지 토론해보자’라는 반대 측의 목소리에는 철저히 귀를 막고 있다.
 
이날 오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위안부 합의에 대한 여성가족부 현안보고를 받고자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위안부 피해자 지원 주무부처인 여가부가 이번 협상에서 과연 어떤 역할을 했고, 협상 내용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김희정 장관과 여당 소속 위원 전원은 ‘여야간 일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더민주 소속 유승희 위원장은 회의장에 위안부 피해자 고 김순덕 할머니의 그림인 ‘끌려감’이 걸려있는 것을 언급하면서 “이 문제는 여야를 떠나 여가위가 반드시 처리해야 할 문제”라며 유감을 표했다. 회의에 출석한 야당 소속 위원들도 “협상 결과에 당당하면 왜 아무도 나오지 못하는가”라고 정부여당을 성토했다.
 
위원장 직권으로 반쪽이나마 개최된 여가위와 달리 외교 현안을 담당하는 상임위인 외교통일위원회의 개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역시 새누리당이 일정에 합의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위원장 역시 ‘여야 간사간 합의가 우선’이라는 이유로 야당의 소집 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외통위원장은 새누리당 소속 나경원 의원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후 2시에는 위안부 합의의 법적 효력을 논하는 2개의 토론회와 세미나가 국회와 국립외교원에서 동시에 열렸다.
 
국회에서는 열린 긴급토론회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4개 시민단체가 공동주최했다. 토론에 참여한 한·일 양국의 법학전문가들은 ‘피해자의 동의도 얻지 않고 일본 정부의 제대로 된 책임도 묻지 못한 졸속 합의’라고 비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도 “협상을 하기 전 할머니들에게 ‘어떻게 해야 좋겠나’라고 물어봐야 할 텐데도 양국 정부가 자기네들끼리 속닥속닥해 ‘사죄했다’고 타결했다”며 “부하를 보내 수작하지 말고 아베(일본 총리)가 나서서 진심으로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할머니는 “자기네 자식들이 (위안부로) 갔다면 이렇게 쉽게 타결됐겠나. 우리 정부도 너무 나쁘다”면서 “너무 분하고 생각할수록 억울하다.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고 호소했다.
 
같은 시각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외부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에 일부 미흡한 점은 있다”면서도 “과거에 비해 상당히 진전된 형식으로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향후 합의의 구체적 이행을 위한 조치를 정부에 주문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5일 오전 국회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의 일본군위안부 문제 협상 현안보고를 안건으로 한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위원들과 국무위원이 불참한 채 회의가 열리고 있다. 벽에 걸린 그림은 위안부 피해자 김순덕 할머니의 작품 ‘끌려감’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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