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대형화 경쟁 본격화…중소형사 구조조정 심화될 듯
초대형 증권사 탄생 기대감 크지만 시장 불균형 부작용 우려…경쟁력 강화·수익성 개선 당면 과제
2015-12-27 12:00:00 2015-12-27 12:00:00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하게 되면서 다른 증권사들도 대형화 경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뉴시스
 
미래에셋증권이 최근 KDB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면서 자본금 8조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하게 됐다. 다른 증권사들도 대형화를 위한 인수·합병(M&A)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형화로 인한 자본시장의 발전이 기대되지만, 이에 따른 시장의 불균형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 24일 이사회에서 대우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미래에셋증권을 선정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인수로 인해 자기자본 규모가 7조8687억원으로 증가하게 될 전망이다. NH투자증권(4조6044억원), 삼성증권(3조6286억원), 한국투자증권(3조3740억원), 현대증권(3조2199억원) 등 다른 대형 증권사에 비해 2배 이상의 독보적인 자본금 규모를 갖추게 됐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확정되자마자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의 장점을 잘 결합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인수에 대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미래에셋은 자산관리, 대우증권은 IB와 브로커리지 부문에 강점을 보여,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며 “자기자본 규모 측면에서도 국내 증권업계를 선도할 수 있는 한국형 골드만 삭스의 출현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의 1강 구도로 업계가 재편되면서 다른 대형 증권사도 몸집 키우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한 한국투자증권이나 KB투자증권이 현대증권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증권의 매각 예상금액은 9000억~1조원으로 추산되는데, 대우증권 인수금액은 2조4000억원에 비해 낮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변화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차인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 NCR 규제가 내년 시행되면 자기자본이 큰 증권사들이 유리하고 중소형사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며 “이번 대우증권 인수 사안과 맞물려 다른 증권사들도 대형화에 나설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규모를 키워야 생존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대형화 추세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이에 대한 문제점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형 증권사들의 몸집이 더욱 커지면서 시장 지배력이 남용되거나 중소형 증권사의 입지가 위축되면서 구조조정 이슈가 부상할 수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앞으로 증권업계에서 대형화가 진행되면 대형 증권사들이 과도하게 시장을 지배하면서 시장을 교란하거나 불공정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고, 중소형 증권사들은 더욱 생존의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로 내몰릴 것”이라며 “이런 점을 방지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정교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국장은 최근에도 이뤄지고 있는 증권사 구조조정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을 우려했다. 김 국장은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면서 전원 고용보장 의사를 밝혔지만, 실제 인수절차가 마무리될 경우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대형화 추세가 지속된다면 기존 대형 증권사와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에서 희망퇴직이나 인력 구조조정 이슈가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순한 대형화 경쟁보다는 경쟁력과 수익성 개선이 더욱 시급한 현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화가 진행되더라도 단순히 규모의 확대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 강화와 효율적인 비용구조 전환을 통한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며 “초대형 증권사 탄생은 영향력 강화라는 장점도 있지만 주가 차원에서는 단기적인 수익창출보다 고비용 부담이 커 주가에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므로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세운 실장은 “증권사 대형화도 필요하지만 당장은 거래소 지주회사법 등 자본시장 발전을 이끌 수 있는 현안들의 해결이 더욱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김재홍·권준상 기자 maroniev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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