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법정공방 2라운드가 시작됐다. 검찰은 항소심 첫 재판에서 "조응천(53)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49) 전 경정이 청와대 외부로 유출한 문건은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며 원심의 주장을 재차 강조했다. 유출된 문건이 '대통령기록물'인지를 두고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검찰은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최재형) 심리로 23일 열린 조 전 비서관과 박 전 경정에 대한 항소심 1회 공판에서 이 같이 항소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전자문서를 기본 전제로 하고 있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상 원본과 사본을 구분하는 규정이나 구분하는 방법도 없다"며 "원본 파일에서 출력한 문건이 설령 사본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대통령기록물 유출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심이 동일한 원본에서 출력한 문건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보고 단계에 따라 문건이나 대통령기록물의 성격을 달리한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대통력기록관으로 이관되기 전 단계에서 출력된 문서들은 동일한 성격이며 대통령기록물로 보호할 가치도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들이 대통령 친인척과 무관한 문건까지 유출한 이상 이를 업무상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며 "무엇보다 일반인 신상정보와 내연관계, 개인비리 등 실명으로 적나라하게 기재된 문건 전달 행위는 명백히 제3자의 사생활 침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에게 전달된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 정윤회 동향' 보고서와 '최근 파견 경찰관 인사 관련 언론동향' 문건과 관련해선 "박 전 경정은 조 전 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해당 문건을 작성했고 이후 조 전 비서관이 수차례 제목과 내용을 수정했다"며 박 전 경정의 단독 전달로 본 원심의 판단을 지적했다.
아울러 박 전 경정의 뇌물 수수 사건에 대해서도 공여자의 진술을 분리해 신빙성 여부를 달리 판단할 이유가 없다며 "일부 무죄가 선고된 현금 5000만원 부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해달라"고 덧붙였다.
이날 박 전 경정의 변호인은 "'정윤회 동향' 문건은 증권가 풍문을 통해 들은 내용을 기재한 것"이라며 "비밀로서 보호받을 가치가 없다는 점에서 공무상 비밀누설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박 전 경정의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8년 전 사건이며 공여자 진술의 많은 부분이 객관적인 사실과 일치하지 않고 있다"며 원심이 사실관계를 오인했다고 주장했다.
조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라 박지만(57) EG 회장 부부를 관리한 것이며 비서실 직제에 있는 감찰 업무를 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원심 판단의 일부를 지적했다.
앞서 조 전 비서관과 박 전 경정은 지난 2013년 6월~지난해 1월까지 '정윤회 동향' 보고서 등 청와대 내부문건 17건을 박 회장에게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박 전 경정은 단속무마 청탁으로 1억7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도 추가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박 회장에게 전달된 문건이 사본이라는 점에서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박 전 경정이 독자적으로 박 회장에게 건넨 '정윤회 동향' 문건을 공무상비밀 누설로 인정했다. 이외 나머지 문건 전달 행위는 정당한 직무수행으로 봤다. 또 박 전 경장이 단속무마 청탁 대가로 1억원이 넘는 골드바 6개를 수수한 점을 유죄로 판단해 조 전 비서관에게는 무죄를, 박 전 경정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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