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회식에서 스스로 과음했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에는 업무상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회사 2차 회식을 갔다가 비상구문을 화장실문으로 오인해 문을 열고 나갔다가 추락해 상해를 입은 김모(47)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록 김씨가 참여한 회식이 사업주 측 주최로 이뤄진 것이라고 해도 사업주의 강요 등이 없었음에도 자발적 의사로 자신의 주량을 초과해 동석했던 동료들의 음주량을 훨씬 넘는 과음을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김씨의 사고는 이런 과음이 주된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고, 이는 업무와 관련된 회식 과정에 통상 수반되는 위험이라고 볼 수 없다"며 "업무와 김씨가 입은 재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1차 회식에 이은 2차 회식이 전반적으로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김씨의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원심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2012년 7월 서울 용산구의 한 음식점에서 소속 팀 실장이 주재하는 회식에 참석한 뒤 실장을 포함한 동료직원 12명과 함께 노래방으로 2차 회식을 갔다.
당시 김씨는 이미 술을 상당히 마신 상태였으나 2차 회식에서도 과음을 했고 비상구문을 화장실문으로 착각해 문을 열고 들어가다가 비상구 아래로 추락해 골반골절 등 상해를 입었다.
김씨는 자신이 당한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비 등을 청구했으나 업무상 인과관계가 없다며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소속팀 실장과 동료들이 참석하긴 했으나 2차 회식은 친목도모를 위한 것이지 회사가 지배·관리 했다고 볼 수 없다며 김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2차 회식 역시 회사의 지배·관리가 있었고, 김씨의 과음도 회사가 지배·관리한 1차 회식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라며 업무상재해로 인정했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이 상고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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