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예산전쟁 끝, 김무성·문재인의 전쟁 시작
심화되는 여야 내부 갈등…고심하는 김무성, 승부수 던진 문재인
2015-12-04 16:11:51 2015-12-04 16:11:51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마무리한 여의도 국회가 급격히 총선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내년 4.13 총선 성적은 내후년 대선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 여야 대권주자인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인다.
 
우선 양당은 내년 총선에서 일합을 겨루기 전에 앞서 각자 내부교통정리에 들어간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공천권을 둘러싼 친박(박근혜)계와 비박계의 전운이 연일 높아져 가고, 새정치민주연합에선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의 갈등 등으로 분당설마저 나온다.
 
“전략공천은 없다”면서 ‘오픈프라이머리’(상향식 공천제)를 주장해온 김무성 대표는 수시로 황진하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공천특별기구’ 출범을 시도했지만,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계의 완강한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친박계는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 “(내년 총선에서) 진실한 사람들을 선택해 달라”는 발언이후 급격히 세를 불려가고 있다. 소위 ‘영남권 물갈이’가 가시화되면서 ‘진박(眞박)’을 자처하는 인사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최근 청와대에서 복귀한 ‘친박핵심’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이 언급한 ‘진실한 사람들’, 정부의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이 당선돼야 당이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물갈이 공론화에 나섰고,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이르면 다음 주중 예상되는 개각을 거쳐 여의도로 복귀할 것으로 확실시돼, 친박계의 세몰이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비박측도 ‘오픈프라이머리’을 매개로 뭉치고 있다. 친박의 전략공천 시도를 좌시하지않겠다는 것이다. 정병국 의원은 지난 2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치를 발전시키는 첫걸음은 상향식공천”이라며 “이미 약속한 대로 국민들께 공천권을 드리는 오픈프라이머리가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며 김 대표 지원에 나섰다.
 
서울시당 위원장 김용태 의원도 ‘진박’들의 영남권 출마러쉬를 비판하면서 “김 대표가 정치적 사활을 건 국민공천제를 제대로 밀고 가지 못하는 고착 상태를 일거에 깨부수려면, 결단을 해줘야 한다”면서 “서울로 옮겨 출마하는 수준의 결단을 내리고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단 김 대표는 “제 지역구(부산 영도) 주민들에게 심판받겠다”며 험지출마론에는 선을 그었지만 친박계의 반대에도 공천룰을 정할 당 특별기구와 공천관리위원회를 동시에 출범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총재의 사례처럼 ‘살아있는 권력’(대통령)과 척을 지고 대권을 획득하는 미래권력은 없다. 그러나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현 대통령의 사례처럼, 현재권력과의 대립과정을 통해 정치적 존재감을 키워 정권을 획득하는 경우도 있다. 향후 김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분당 일보직전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파열음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첨예한 각을 세우고 있고, 그와 함께 당내 주류와 비주류의 대립도 격렬해지고 있다. 이러한 대립의 배경에는 결국 ‘공천권을 누가 쥐느냐’에 있다는 것이 당내·외의 평가다.
 
앞서 문 대표는 안 전 대표에게 일종의 당권분점인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체제’를 제안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사실상 문 대표의 자진사퇴를 의미하는 ‘혁신전당대회’를 역제안했고, 이를 문 대표가 다시 거부하면서 양측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문 대표는 4일 안 전 대표가 지난 9월 제안했던 당 부정부패 척결, 낡은 진보 청산 등을 골자로한 10대 혁신안을 전폭 수용해 당헌·당규 개정과 신설을 추진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김성수 대변인은 “비공개 최고위원회 말미에 문 대표가 지시하고 제안해서 의결까지 이뤄졌다. (안 전 대표의 혁신안을) 다 받아들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표의 승부수에 대해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문 대표가 안 전 대표에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혁신을 고리로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함께 가자는 의미로, 안 전 대표에게 ‘탈당’의 명분을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또 다른 해석은 ‘안철수의 칼’로 문 대표가 대대적인 당내 물갈이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안 전 대표의 혁신안이 실제 당헌·당규로 도입될 경우 상당수의 당내 인사들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기에는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 재판 계류 중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나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 ‘막말 논란’의 정청래 최고위원 등 친노·비노, 주류·비주류를 가리지 않고 포함된다.
 
이는 문 대표가 계파와 무관하게 ‘육참골단’(肉斬骨斷·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의 심정으로 혁신에 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또 만약 문 대표가 자체 혁신안으로 물갈이에 나선다면 ‘친노패권주의’라는 비주류의 반발로 논점이 흐려지고 당내 분열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기에 불가피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아울러 문 대표는 내년 총선 ‘인재영입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해 새로운 피 수혈에 직접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내년 총선과 당의 혁신을 자신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엄수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만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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