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중소형주펀드 펀드에 가입한 회사원 이모씨(35세·남)은 요즘 금융 기사를 볼 때마다 심란해진다. 올 초 주거래은행 급여통장을 등록하러 갔다가 수익률 1위라는 창구직원 추천에 중소형주펀드에 가입했던 이씨. 처음 몇 달간 두 자릿수 수익률에 우쭐해진 그는 장기투자를 해야겠다며 주변 지인들에게 추천까지 했지만 요즘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돈 좀 벌어보나 했더니 위안화 쇼크로 급락이 이어졌던 지난8월 이후 이 씨가 보유한 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여기에 여러 매체에서 시장대응이 민첩하지 못하다는 등 부정적 뉘앙스의 기사를 내놓고 있어 이만저만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결국 가입한 은행 지점에 가서 물었더니 최근 시장 트렌드가 바뀌었다는 대답과 함께 대형주에 투자하는 펀드로 갈아타보는 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다. 이씨는 "장기투자가 답이라고는 하지만 증권사나 PB들은 투자 관점을 바꿔야한다고 얘기하니 환매를 하고 다른 펀드로 갈아타야할지 괜히 갈아탔다가 또 뒷북인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대형주 펀드, 중소형주 수익률 역전
올 하반기 대형주 펀드가 중소형주펀드 수익률을 앞질렀다. 올해 초 30%넘는 고수익을 안겨주며 투자자의 사랑을 받았던 중소형주 펀드가 하반기 들어 3개월째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찬밥 신세였던 대형주 펀드 성과가 가파르게 개선되며 수익률 상위권 자리를 꿰차기 시작했다.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6일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 중 올 들어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의 최근 3개월 평균 수익률은 -9.77%였다. 이들은 대부분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로 연초 이후로는 평균 36%의 높은 수익률을 올렸지만 최근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다. 반면, 최근 3개월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6.33%로 대부분 대형주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차지했다. 이 중 28개의 삼성그룹주펀드는 최근 한 달 기준 평균 7.68%의 수익률을 기록해 대형그룹주펀드 중 가장 뛰어난 성과를 냈다.
이 같은 흐름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회복하면서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수익률 차가 많이 축소되고 삼성전자와 현대차·아모레퍼시픽 등 대형주의 주가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금리인상 전망을 앞두고 상승 기조를 이어가는 원달러 환율도 대형주에 긍정적인 재료이다. 시장참가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 같은 수출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고 하반기 들어 원화 약세가 급격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을 주목했다. 특히 환율 효과가 실적에 반영되는 시차를 고려할 때 시장에서 하반기 대형수출주의 실적개선이 가시화되는 시점은 지금부터 연말까지일 것이라는 분석이다.현대증권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나 현대차, SK등 대형그룹들이 자사주매입에 나서거나 긍정적인 발표들이 많았다”며 “대형주를 하나도 담고 있지 않거나 적게 담고 있는 중소형주 펀드가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돈은 중소형주펀드로..기대는 여전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펀드에 투자한 이들은 고민일 수밖에 없다. 오랜 기간 대형주 펀드에 물려서 고심하던 투자자들이 큰 맘 먹고 중소형펀드로 갈아타 수익을 챙기나 했더니 또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하지만 현재 자금 흐름으로보면 투자자들의 기대는 여전히 중소형주펀드에 쏠려있는 모습이다.수익률 부진에도 불구하고 중소형펀드로의 자금유입은 견조한 편이다. ‘메리츠코리아펀드’는 지난 한 달에만 43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으며 최근 석 달간 5076억원 자금이 순증했다. ‘삼성중소형포커스펀드’ 역시 지난달 525억원 순유입 됐으며 ‘마이다스미소중소형주펀드’역시 10억원 신규자금이 들어왔다.오히려 대형주 펀드에서 환매가 일어났다. 최근 한 달 수익률이 반짝 좋았던 ‘신영밸류고배당펀드’에서는 1195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으며 ‘KB한국대표그룹주펀드’에서도 83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그동안 수익률 부진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투자자들이 최근 수익률 회복을 기회삼아 펀드를 정리한 셈이다.
단기수익률 나쁘다고 갈아타지 마라
향후 주도주와 관련 시장에서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컴백을 놓고 논쟁이 지속되고 있지만 사실상 펀드투자자에게 이러한 논쟁은 큰 의미가 없다. 어느 쪽에서든 운용을 잘하는 펀드는 나오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운용철학을 잘 지키는 펀드를 골라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게 재테크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다시말해 단기 수익률이 나쁘다고 펀드를 갈아타는 것은 금물이다. 13년간 2700%의 누적수익을 거둔 피델리티운용 마젤란펀드의 피터린치는 수익률에 현혹되어 환매하는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유형 내에서 특정 펀드의 실적이 좋지 않을 때 좀 더 나은 펀드로 바꾸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실망스러운 결과를 나타냈다면 왜 그런지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예컨데 올해 하반기 중소형주펀드가 10%손실이라고 매니저를 비난해봤자 부질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같은기간 중소형주의 수익이 대부분 비슷한 손실을 기록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유형 한 바구니에 담아라
향후 중소형펀드와 대형주 펀드 중 우열을 가리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무의미해보인다. 오히려 특정스타일을 선택해 투자한다기보다 두 유형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조언이다. 채하나 펀드스퀘어 리서치 연구원은 “초보투자자라면 일정 금액을 유형별로 조금씩 분산투자하면서 비중을 시장 상황에 맞춰 조절해가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다만,중소형성장주펀드는 대형가치주 대비 리스크가 높은 만큼 투자자의 위험성향에 맞춰 투자비중을 배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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