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뛰고 있습니다. 강남에서 3.3㎡당 분양가 4000만원은 점점 일반화되고 있죠. 매달 지역 내 최고 분양가는 100m 달리기를 하듯 경쟁적으로 경신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생각나는 공공아파트가 하나 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앞선 정부의 유물인데요. 로또 아파트, 반값 아파트 등은 이 아파트를 부르는 다른 이름입니다. 주변 시세의 50~80% 선에서 공급됐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민들의 주택구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됐던 공공아파트죠. 바로 보금자리주택입니다.
저렴한 분양가로 주택 잠재수요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죠. 국내 모든 부동산 정보업체에서는 예상 커트라인, 권역별 공급량 및 향후 전망 등 대입에 버금가는 청약전략을 낼 정도로 관심이 높았죠.
하지만 시대를 잘못 만난 탓일까요? 온갖 악평에 시달리다 현 정부에 의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죠.
MB 집권한 때는 2008년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이죠. 그리고 집권 직전에는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밀어내기 분양이 성행했었죠. 시장에 물건은 넘치는 반면 매수세가 사라지며, 수도권은 부동산 침체기가 시작됐습니다.
이 때문에 초반 반값 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았는데요. 싸게 집을 살 수 있다고 하니 시장의 관심은 보금자리주택으로 향했고, 민간 분양·매매시장은 고사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2009년 전후로 공식적인 미분양이 16만가구고, 건설사가 숨겨놓은 물량까지 하면 20만가구가 넘을 것이라는 정설이었죠.
더 큰 문제는 보금자리주택을 받기 위해서는 무주택 세대주 자격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전세수요가 갈수록 증가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 시기가 전세난의 시작점입니다. 보금자리주택은 매매와 분양, 전세시장을 교란시킨 주범으로 낙인 찍히게 됩니다.
이후 수도권 집값 자체가 떨어지며 강남을 제외하고는 보금자리주택의 장점마저 사라집니다. 보금자리주택이나 일대 기존 주택 또는 신규 분양주택이나 가격이 비슷하니 보금자리주택을 고집할 필요가 없게 됐죠. 그렇게 보금자리주택은 다음 집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폐기처분됩니다.
만약 글로벌 금융위기를 만나지 않았다면 보금자리주택은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참여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지 않고, 시장에 물건이 넘치지 않았다면? 요즘 같은 고분양시대에 보금자리주택은 가격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었을까?
현 정부는 공공분양 아파트를 거의 공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민간 건설사만 신났죠. 저가 경쟁상품이 없어지니 상품가격은 거침없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훌륭한 정책이라고는 말할 순 없지만 지금은 사라진 ‘반값 아파트’ 보금자리주택이 문득 떠오른 이유입니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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