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가 '검사평가제'를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평가의 객관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를 담보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제도 성패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하창우 회장은 21일 오전 '2015 검사평가제 최초 시행'을 주제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2005년부터 올해 6월까지 검찰 수사 중 자살한 사람이 모두 100명에 달한다"며 "검사평가제 시행으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이용해 국민을 억압하는 검사는 비난받을 것이고, 공명·정대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검사는 마땅히 칭찬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첫 결과공개는 오는 2016년 1월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때 '우수검사' 명단은 공개된다. 평가점수가 90점 이상을 받은 검사들로, 서울에서 약 10명, 지방별로 5명 가량을 선정할 계획이다.
'하위검사'는 사례만 공개하되 평과결과는 본인에게 통지된다. 우수검사와 하위검사 명단과 평가결과는 법무부, 대검찰청, 검사인사위원회로 전달된다.
문제는 평가의 객관성을 어떻게 끌어 올리느냐다. 우선 ▲매우 좋다 ▲좋다 ▲보통이다 ▲나쁘다 ▲매우 나쁘다 등 애매한 평가항목 등급(A~E)에 대한 객관적 계량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평가하는 변호사마다 같은 상황을 두고도 다른 평가를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하 회장은 "규정과 지침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진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이 문제는 평가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자연스레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평가결과가 통계로서 가치를 가지도록 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모집단(총 평가표 개수)을 확보할지도 문제다. 올해 첫 시행에서 얼마나 많은 변호사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하 회장은 "법관 평가결과 보다 훨씬 적게 나올 것"이라면서도 다만 "적은 범위라도 그 (평가결과) 한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 적은 범위에서도 엄정한 평가를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평가대상이 수사검사와 공판검사에 한정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검사평가제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왔다. 때문에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서는 수사와 공판을 지휘하는 고위 검사에 대해서도 평가도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변협은 평가의 초점이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와 증인의 인권침해를 막는 데 있고 고위검사에 대한 평가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 회장은 "변호사가 직접 경험 한 사건을 대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수사하지 않는 검사에 대해서는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지휘검사까지 평가하기는 사실상 힘들다"고 답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변협이 각 지방변호사회의 협조를 충분히 받아낼 수 있을지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검사평가제 운용방식은 평가항목 결정과 집계 등 관리를 변협 내 '검사평가특별위원회'가 하고, 실제 평가와 평가 참여 독려 등 실무는 각 지방변회가 하는 것으로 설계돼 있다.
물론 검사평가제 시행에 적극적인 지방변호사회도 있다. 광주지방변회에서는 이미 내부적으로 검사평가제에 대한 회원의견을 조사했다. 그 결과 총 88명 중 79명(89.8%)이 찬성했으며, 7명(7.9%)이 반대, 무응답이 2명(2.3%)였다. 광주변호사회 총 회원수는 299명이다.
찬성이유로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재야법조에 의해 이뤄질 필요성이 있음" 등이 나왔고, 반대이유로는 "실효성 의문"과 "수사기관의 독립성 침해" 등이 지목됐다.
변협은 이 명단이 법무부와 대검찰청에서 인사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두 기관에 전달·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 회장은 "법관평가결과를 법원 인사에 참작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며 "(검사평가제 또한 마찬가지로)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검사는 변호사와 직접 수사나 공판에서 맞붙는 이해 당사자인데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되겠느냐는 의견이 중론이다.
대검찰청의 한 간부는 "수사와 재판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변호사가 검사를 평가할 경우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이 든다"며 "자칫 공정한 수사나 부패척결 의무에 장애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검 소속 검사는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가 평가를 할 경우 자기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후하게 평가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반대로 평가하지 않겠느냐"며 "부당하게 악용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검사는 이어 "인권보장을 위한다는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사법절차 시스템으로도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하다. 그것을 평가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 소속의 한 검사는 "변호사들이 얼마나 많은 검사들을 만나고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법관평가의 경우 민사와 형사, 행정, 가사소송을 대리하면서 판사들을 많이 겪지만 검사의 경우 주로 형사사건을 통해서 만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고위 간부는 "변협에서 하겠다는데 검찰에서 뭐라고 하겠느냐. 시행 과정을 살펴보겠다"면서도 "이미 자정적 차원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자체적으로 피의자 인권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이 21일 오전 10시 서울 역삼동 변협건물에서 '2015 검사평가제 최초 시행'을 주제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방글아 기자
정해훈·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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