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일찌감치 자급제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소니가 최근 종적을 감췄다. 주력 스마트폰인 엑스페리아 단말기를 두 대나 출시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자급제폰은 이동통신사 약정에 가입해 지원금을 받지 않고 제조사 매장이나 온라인을 통해 구매한 후 이통사를 선택한다. 24개월 또는 36개월 약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며, 매달 20% 요금할인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인기를 모으고 있다.
구글의 '넥서스폰'이 자급제폰으로 나온 가운데 최근 레노버도 '팹플러스'를 자급제용으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샤오미의 경우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해외 구매대행 방식으로 '홍미노트2' 등이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소니는 엑스페리아 모바일 신제품 출시 행사를 열고 소니의 주력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Z3'와 '엑스페리아 Z3 콤팩트' 등을 소개했다. 사진/ 뉴시스
소니는 단통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엑스페리아Z1, Z2, Z3를 자급제 방식으로 출시했다. 소비자들에게 밀어내기식이 아닌 실제 필요한 수량에 맞춰 판매하겠다는 내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엑스페리아Z4와 Z5는 국내 시장에 정식 출시되지 않았다. Z4의 경우 소니코리아가 출시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Z5는 미정인 상황이다.
이에 대해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출시 제품에 대해서는 시장 상황과 제품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 나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급제폰 단말기는 중저가 시장을 공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엑스페리아 시리즈의 경우 프리미엄 시장을 타깃으로 한다는 점에서 판매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1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폰의 경우 한 번에 금액을 지불하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애플처럼 마니아가 많지 않은 이상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기 힘든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외산폰 업체에게는 이동통신사가 가장 큰 장벽이다. 자급제폰 사용자들은 약정이 없기 때문에 언제든 다른 이통사로 변경할 위험이 있는 데다, 초기 공급량 등 정해진 수량이 없어 외산폰에 대한 이통사의 지원이 전무하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를 끼고 제품을 출시할 경우 최소 물량이 약 3만대 수준인데 외산폰 업체에게는 부담스러운 숫자"라며 "구글을 제외한 모든 자급제폰들이 이 장벽에 막혀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단말기 제조업체에게는 이통사의 적극적인 서포트가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루나'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루나는 TG앤컴퍼니가 개발과 디자인을 맡고 대만 제조사 폭스콘이 만들어 SK텔레콤이 독점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스펙 자체만 보면 다른 중저가폰들과 큰 차이가 없지만 SK텔레콤이라는 이통업계 1위 업체와 설현을 내세운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인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며 "통신사와 협업을 하냐 안하냐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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