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이 샌드위치 신세다. 5인치 이상의 대화면 스마트폰인 패블릿(폰과 태블릿의 합성어)의 인기와 경량화로 태블릿의 장점을 흡수해 수요 진작을 노리는 노트북 사이에서 갈 길을 잃은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세계 태블릿 시장은 지난해 대비 4%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태블릿은 2억4250만대 팔렸지만 올해는 2억3270만대 판매에 그칠 것이란 설명이다. 더불어 2011년과 2012년 각각 311%, 123% 폭발적인 성장률을 보였던 태블릿 시장이 2017년부터는 5% 이하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에 태블릿 업계도 반격에 나서고 있다. 크기를 키워 패블릿보다 기능상 우위를 점하는가 하면 MS 오피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기본으로 탑재하고, 프린터, 프로젝터 등 다양한 사무기기와의 연결을 돕는 MHL3.0을 탑재해 비즈니스 환경에서의 사용성을 강화하고 있다. 노트북 영역도 넘보고 있는 것이다.
일주일간 패블릿과 노트북 사이에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소니의 '엑스페리아Z4 태블릿'을 사용해봤다. 패키지 내 동봉된 블루투스 키보드 덕에 노트북을 품은 태블릿 역할을 톡톡히 했다. 6.1㎜의 두께, 393g의 무게는 패블릿 보다 가벼운 태블릿의 강점을 보여줬다. 소니의 기술력이 담긴 카메라와 음질도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소니의 '엑스페리아 Z4 태블릿'. 사진/소니코리아
◇노트북 같기도 태블릿 같기도…간단한 업무 OK
엑스페리아Z4 태블릿은 탈부착이 가능한 블루투스 무선 키보드가 특징적이다. 본연의 기능인 태블릿만으로도 사용할 수 있지만, 키보드와 연결하면 마치 노트북처럼 사용할 수 있다. 노트북을 품은 태블릿인 셈이다. 태블릿에 별도로 거치형 키보드를 구입해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점에 착안한 제품이다. 태블릿이지만 간단한 문서 처리 정도는 기본적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MS 오피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기본으로 탑재한 덕이다.
태블릿과 블루투스 키보드가 분리된 모습. 사진/이지은기자
태블릿과 키보드 연결은 간단하다. 블루투스 키보드인 만큼 블루투스를 활용하거나, 원터치 NFC(근거리무선통신) 기능으로 연결할 수 있다.
태블릿과 키보드의 NFC 기능을 활성화한 후 서로 부딪히면 "페어링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가 뜬다. "예"를 클릭하면 연결이 된다.
태블릿과 블루투스 키보드를 NFC 기능으로 연결 중이다. 사진/이지은기자
다만 블루투스 연결은 다소 원활하지 않았다. 블루투스를 켜면 "키보드를 켜고 키보드에서 아무키나 눌러 활성화하세요"라는 메시지가 뜨며 블루투스로 연결됐음을 알렸다. 하지만 실제 키보드는 작동하지 않았다. 소니측에 확인해본 결과 엑스페리아Z4 태블릿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로 소프트웨어 충돌 등에 따라 발생하며 NFC 기능으로 연결할 것을 권장했다. 소니 관계자는 "하드웨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개선될 사항"이라고 밝혔다.
◇10.1인치로 즐기는 작은 영화관
엑스페리아Z4 태블릿으로 비즈니스는 물론 여가를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태블릿이지만 작은 영화관을 느끼기에 꽤 괜찮은 성능을 가지고 있다.
우선 2K(2560*1600)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엑스페리아Z2 태블릿 대비 약 40% 더 밝아졌다. IPS 패널을 탑재해 시야각이 넓고 색감도 또렷하다. 노트북·TV보다 작은 패널이지만 몰입감을 방해받을 수준은 아니었다. 특히 햇빛이 강한 실외에서도 영화와 동영상을 선명한 화질로 감상할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의 중요 요소 중 하나인 듣기 영역도 소니 고유의 장점으로 잘 풀어냈다는 느낌이다. 고음질 하이 레졸루션 오디오(HRA)를 지원해 고해상도 원음을 그대로 재생해준다. MP3나 AAC 음원을 HRA 수준으로 업스케일해주는 'DSEE HX 기술'도 적용됐다. 디지털 노이즈 캔스링 기술을 탑재해 주변 소음을 최소화해 몰입감을 높일 수도 있다. 단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갖춘 이어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얇지만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덕에 영화 2~3편은 추가 충전 없이 감상할 수 있다. 6000mAh의 대용량 배터리와 향상된 배터리 절전 기술을 적용해 한 번의 충전으로 대기시간 기준 약 1010시간, 음악 재생 시간 최대 약 160시간, 동영상 재생 기준 약 17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미니미 노트북…초슬림 태블릿·노트북 키보드 축소판
엑스페리아Z4 태블릿은 얇다. 두께가 6.1㎜다. 일반 스마트폰과 비교해도 슬림하다. 무게는 393g에 불과하다. 직업 특성상 매일 돌덩이 같은 노트북을 들고 다녀야 했지만, 체험 일주일 동안은 가벼움을 느낄 수 있었다. 간단한 문서작업과 인터넷 서칭 정도의 업무량이라면 393g의 무게에 의지해도 괜찮겠다는 판단이다.
키보드는 일반 노트북 키보드를 축소했다. 미니 터치패드를 장착해 노트북 사용감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윗줄에는 알림패드·화면 인쇄·화면 잠금 버튼, 아래쪽에는 뒤로가기·홈버튼 등을 탑재했다.
태블릿의 두께가 6.1㎜에 불과해 연필과 비교해도 얇은 수준이다. 사진/이지은기자
◇소니 아이덴티티는 모두 담았다
엑스페리아Z4 태블릿은 소니의 아이덴티티를 모두 가지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방수기능이다. 국제보호규격 IP68 방진·방수 기능을 적용해 수심 1.5m 이내의 담수에서 30분 동안 견딜 수 있다.
생활방수 기능을 갖춰 사용도중 태블릿 화면에 물이 묻어도 수건으로 닦아내면 된다. 사진/이지은기자
개인적으로 유용했던 점은 음식을 할 때였다. 음식을 하는 중간 중간 레시피를 찾을 때 물 묻은 손으로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었다. 태블릿에 음식이 튀면 물로 씻어 사용했다. 신줏단지 모시듯 할 필요 없이 필요할 때 용도에 맞춰 사용했다. 생활방수에 강한 덕이다.
카메라도 우수한 편이다. 전면 510만, 후면 810만 화소의 고해상도 카메라가 탑재됐다. 특히 후면 카메라에는 '엑스모어 RS 포 모바일 센서'가 탑재돼 어두운 곳에서도 깨끗하게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디지털 노마드라면 제격
엑스페리아 Z4 태블릿은 일과 여과를 즐기기에 충분한 제품이다. 카메라·화질·음질 등 소니의 기술력을 모두 담았다. 다만 다양한 기능을 포함한 만큼 가격도 프리미엄 급이다. 89만9000원이다. 키보드를 포함하지 않은 것은 79만9000원으로 결코 저렴하지 않다.
하지만 일과 생활반경에 있어 유목민(nomad)처럼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창조적인 사고방식을 갖춘 디지털 노마드라 자부한다면 한 손에 엑스페리아 X4를 잡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가볍지만 활용도 면에서는 무게감을 가지는 제품이다.
17인치 노트북과 엑스페리아Z4 태블릿(왼쪽)의 크기 비교. 사진/이지은기자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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