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올해부터 의무화된 공동주택 외부 회계감사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고질적인 아파트 관리비리를 잡겠다며 도입했지만 결국 보여주기식 행정에 불과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비리 척결없이 주민 관리비 부담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 올해부터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은 외부 회계감사를 매년 10월까지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감사에는 공인회계사 3인이 참여, 최소 100시간(현장감사 60시간) 이상 감사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다수의 공인회계사가 투입되고, 장시간 감사로 비용은 크게 상승했지만, 감사 결과는 이전 일반감사 때와 똑같다. 실제 인천의 A단지는 최근 개정된 주택법에 따른 외부 회계감사를 받았지만 내용은 지난해 입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회계감사 결과와 차이가 없다. 날짜만 바꿔 복사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무 회계감사를 위해 입주민들은 740만원을 들였다. 지난해 80만원이었던 감사비가 9배가 뛴 것이다.
◇반포B 아파트 외부회계감사 보고서(좌 2015년 우 2014년). 자료/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
서울 반포의 B단지에서 제출받은 외부 회계감사 자료 역시 지난해 입주민 동의에 따라 자체적으로 실시한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 똑같은 내용을 받아보기 위해 입주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용역비는 1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올랐다.
이들 단지는 앞으로도 매년 이같은 회계감사비용을 관리비로 내야한다. 업계에서는 전국 대상 단지 입주민들이 매년 부담 해야하는 감사비용은 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지를 관리하고 있는 주택관리업체 관계자는 "제출받은 증빙서류를 맞춰보는 수준으로 감사가 진행되는데 이런 식으로 관리비리를 찾을 수 없다"며 "입주민 관리비만 늘고 회계사들에게는 보너스가 되는 꼴이다. 관리비 인상 부담에 외부감사회계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는 입주민들이 상당하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무 외부회계감사 기한 마감이 임박했지만 이행률은 62% 수준에 불과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찬열(새정치) 의원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국 9116개 단지 중 감사를 완료한 곳은 3135개 단지에 불과하다. 회계 감사 계약 단지 2100개, 입주민 2/3 동의에 따른 외부감사 미이행 420개 단지를 제외한 3479개 단지가 10월 중 감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감사를 받지 않을 경우 관리업체는 1000만원 상당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시간에 쫓긴 부실 감사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의무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한다"며 "입주민들이 감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공감이 형성됐을 때 자체적으로 외부회계감사를 받아도 된다. 부실감사를 받고 아무 문제가 없다는 면죄부만 남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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