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 추진 중인 면세점 특허수수료 인상안을 두고 관련업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항면세점 등 적자가 지속되는 점포까지 감안하면 면세점의 영업이익률이 낮은 상황인데, 특허수수료를 무리하게 인상하면 면세점업계 뿐만 아니라 관광업계 전체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다. 또 높아진 특허수수료는 오히려 1위 사업자만 강화시켜 독과점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면세점 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개선하고 면세점으로 얻는 수익 중 정부 환수 비율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획재정부, 관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주도하에 면세점 제도 개선을 위해 조직된 태스크포스(TF)가 오는 15일 대외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리는 공청회에서 면세점 특허수수료를 인상하고, 사업자 선정방식을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현행법상 대기업 면세점은 '보세판매장 특허수수료'로 매출액의 0.05%를, 중견·중소 면세점은 0.01%의 수수료로 내도록 돼 있다. 아직 구체적인 수수료 인상폭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으나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종학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대기업 면세점의 특허수수료를 현행 0.05%에서 5%로 100배 인상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홍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면세점 매출은 2011년에 5조3716억원에서 지난해 8조307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이 기간동안 면세점들의 특허수수료는 2011년 1600만원에 불과했으며, 매출이 크게 증가한 지난해에도 5억8200만원이었다.
홍 의원 측은 이를 통해 면세점 사업특허로 인한 초과이윤이 국가로 환수돼 관광산업진흥 등 공익을 위해 쓰이도록 법률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면세점업계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1위 업체를 제외한 면세점의 영업이익률은 5% 내외 수준으로 낮은 편이기 때문에 특허수수료가 높아지면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업계 1, 2위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9.9%, 5.7%였다.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이사는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매출액이 워낙 크기 때문에 사회에서 수수료를 좀 더 늘려야겠다는 요구가 있지만 0.05%를 수수료를 내고나면 영업이익률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이라며 "공청회에서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면세점의 경쟁력을 잃지 않는 선에서 수수료율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서울 시내면세점을 제외한 지방 중소도시 면세점이나 공항면세점 등은 높은 임대료 등으로 인해 매년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이 카지노처럼 영업이익이 전체 매출의 50~80%에 달한다면 그 중에서 10~20%를 수수료로 내는 것이 문제없겠지만 면세점의 영업이익률은 1위 업체도 10%를 넘기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매출과 달리 낮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포장되면서 특허수수료가 100배나 올라버린다면 1위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이 전부 적자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입찰을 통해 새롭게 진입하는 면세점도 저마다 영업이익의 일정부분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에서 정부에 내는 수수료까지 인상된다면 특허기간 5년내내 적자를 볼 수도 있다는 우려다.
결국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특허수수료를 높이게 되면 결국 1위 사업자만 더 강화시켜주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무리하게 면세점 특허수수료를 높여 적자가 지속된다면 결국 국내 면세산업이 붕괴되고, 이는 국내 관광산업의 부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홍 의원이 발의한 이번 개정안에는 면세점이 여행사에 지급하는 일명 '리베이트'라 불리는 알선수수료를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여행사 알선수수료는 비록 법으로 정해져있진 않지만, 과거 관련 부처에서 고시로 만들어져있던 항목으로 불법행위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국내 관광산업이 성장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저렴한 가격의 쇼핑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국내 면세점에서 활발한 구매활동을 펼쳤고, 백화점 등까지 발길이 이어지면서 덩달아 성장한 것인데, 이를 강제로 규제하면 면세업계 뿐만 아니라 국내 관광업계에까지 불똥이 튈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점업계는 정부의 지나친 규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면세점 사업자가 점차 늘면서 경쟁은 심해지고 있는데, 정부가 징수하는 특허수수료를 높이는 등 각종 규제를 더 늘려간다면 면세업계 뿐만 아니라 국내 관광업계에 까지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기업 면세점의 특허수수료를 현행 0.05%에서 5%로 100배 인상하는 입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업계는 영업이익률이 낮은 상황에서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높이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사진=뉴시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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