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과 의료업계 종사자들이 고강도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수익 직업으로 꼽히는 목사와 무속인, 국회의원과 변호사도 노동 강도 상위 10%에 이름을 올렸다.
13일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국내 730개 직업 중 감정노동 강도가 가장 높은 직업은 15점 만점에 12.51점을 기록한 텔레마케터(전화통신판매원)였다. 이어 호텔관리자와 네일아티스트(이상 12.26점), 중독치료사(11.97점), 창업컨설턴트와 주유원(이상 11.94점) 순이었다. 전화응대가 주 업무인 신용추심원(11.86점)과 고객상담원(11.66)도 각각 공동 8위와 15위를 기록했다.
미국 버클리대의 알리 러셀 혹실드(Arlie Russell Hochschild) 명예교수의 1983년 저서 ‘통제된 마음(The Managed Heart)’에서 처음 등장한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이라는 용어는 고객의 기분에 맞추거나 기업에서 요구하는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고무시키거나 억제함으로써 ‘공적으로 드러나는 표정이나 몸짓을 관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감정노동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대인 접촉 빈도와 외부고객 대응 중요도, 화난 고객 대응 빈도가 활용됐다. 항목당 5점씩 총 15점 만점으로 수치화했다.
항목별 감정노동 강도는 대인 접촉 빈도에서 주유원이, 외부고객 대응 중요도에서 중독치료사가, 화난 고객 대응 빈도에서는 텔레마케터가 가장 높았다. 특히 취객이나 범죄자와 자주 대면해야 하는 경찰관, 경찰관리자, 인명구조원, 경호원 등은 화난 고객 빈도에서 상위권에 포함됐다. 영업·판매나 의료업계 종사자들은 주로 대인 접촉과 외부고객 대응 빈도가 높았다.
합계 점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100위까지 확대하면 목사(11.29점·40위), 민속종교종사자(11.23점·44위), 가수(10.97점·65위), 국회의원과 변호사(10.91점·공동75위) 등도 고강도 감정노동 직업으로 분류된다. 또 네일아티스트(12.26점·2위) 외에 미용사(11.26점·42위), 스포츠마사지사(10.83점·85위), 피부관리사(10.80점·87위) 등 미용 관련 직업도 대거 포함된다.
특히 의료 관련 업종에서는 최고점을 기록한 약사(11.46점·27위)를 비롯해 놀이치료사, 산업전문간호사, 임상심리사,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의료관광코디네이터, 치과위생사, 의료코디네이터, 작업치료사, 간호조무사, 한의사, 치과의사, 호스피스전문간호사, 방사선사, 의약품영업원, 의료장비기술영업원 등 무려 16개 직업이 감정노동 강도 10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대체로 감정노동은 고객 또는 민원인과 직접 접촉을 통해 직무수행이 이뤄지는 의료·항공·경찰·영업·판매 등의 서비스 직업군에서 강도가 높았다.
한편 이번 자료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실시된 재직자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당시 조사는 국내 730개 직업 종사자(경력 1년 이상) 2만5550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사전 동의한 조사 대상자를 전문 면접원이 직접 방문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서비스업과 의료업계 종사자들이 고강도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자료사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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