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커져봤자…" 중소기업으로 되돌아간 중견기업 3년 간 217개
2015-10-06 14:53:15 2015-10-06 14:53:15
도로 포장 자재를 생산하는 A사는 공공조달시장에서의 성과를 발판삼아 지난 2012년 중견기업에 진입했다. 그러나 해당 제품이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며 공공조달시장 참여가 막히자 고민이 시작됐다. 정부나 일부 중소기업이 주장하는 해외진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민간시장 진출도 힘든 상황에서 이 회사는 결국 공공조달시장 참여를 위해 기업을 분할, 중소기업으로 회귀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성장사다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들의 고충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성장잠재력과 고용확대 여력을 지닌 중견기업이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도리어 중소기업 수준으로 규모가 줄어드는 경우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의 범위를 벗어나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은 기업을 말한다.
 
6일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0~2013년 사이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규모가 줄어든 곳은 총 217곳에 이른다.
 
자료/새누리당 김한표 의원실
 
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그간 받아왔던 각종 중소기업 지원책에서 제외되고 공공조달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문제도 생긴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으로 남아있으려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이 횡행하는 것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중견기업 지원노력이 부족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지난 2013년 정부가 조사한 중견기업의 규제와 조세·금융 등의 지원배제 등 성장걸림돌 항목 83개 중 올해 9월까지 개선된 것은 13.3%(11개)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견기업 성장걸림돌 해결현황. 자료/새누리당 김한표 의원실
 
2013년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로 '중견기업 성장 걸림돌 제거 및 글로벌 전문기업화'가 선정됐지만 중견기업계와 해당 안건을 논의하는 협의회는 2년이 지난 올해 6월에야 1차 회의가 개최됐다.
 
김한표 의원은 "협의회 참석인원을 보면 중기청만 청장이 참석하고 나머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6개 정부부처에서는 실무부서 실·국장급이 참석하는 회의"라며 "중견기업 지원을 위한 실효성있는 대책이 조속히 수립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기청 관계자는 "중소기업으로 회귀를 검토하는 중견기업 수는 2013년 505개에서 지난해 342개로 줄어드는 추세"라며 "중견기업계의 건의사항을 수렴해 최근 세법 개정안과 중견기업법 개정안에 반영하는 등 성장걸림돌 개선을 위해 다양한 지원시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경영여건이나 업황에 따라 매출액이 감소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들 기업의 중소기업 회귀를 피터팬 증후군 때문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2년에서 2013년 사이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회귀한 기업 76곳 중 일부의 경우는 기업분할이 아니라 실제로 매출이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