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부산=함상범기자] "네팔이랑 몽블랑 갔다오고 북한산 촬영이 있었어요. 스태프나 배우가 전문 산악인은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난 진짜 15분 만에 뛰어올라갔어요. 우리 팀 전체가 북한산을 뛰어오르더라고요. 하하."(황정민)
세 봉우리가 있는 북한산은 해발 약 800m의 산이다. 등산을 취미로 삼는 이들에게는 어려운 코스가 아니겠지만, 평소 산을 잘 타지 않는 이들에게는 난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 '히말라야' 배우와 촬영 스태프들에게 있어 북한산은 작은 놀이터에 불과했다. 그만큼 '히말라야' 촬영기가 험난했다는 의미다. 오죽했으면 북한산을 15분 만에 올라갔다고 자랑을 늘어놓을까 싶기도 했다.
영화 '히말라야'에 출연한 배우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가 한창인 지난 2일 밤 부산 우동 소재의 한 선술집에는 '히말라야'에 출연한 배우 황정민, 정우, 김인권, 김원해, 이해영을 비롯해 연출의 이석훈 감독, 제작사 JK필름,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기자들과 만나 '히말라야'와 관련한 촬영 소감을 전했다. 배우나 스태프나 '히말라야' 촬영 자체가 너무 힘들었던 탓인지 각종 에피소드를 끊임없이 내놓았다.
'히말라야' 제작진은 해발 4000m가 넘는 고지대까지 걸어서 올라갔다. 고산병에 걸릴 우려 때문에 실제 산악인들이 등정을 하듯 500m 올라가고 2~3일을 쉬고, 또 500m를 올라가는 방식으로 촬영했다. 헬리콥터나 케이블카를 타고 2000m 이상을 올라갈 경우 고산병에 시달리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고산병에 시달린 스태프도 적지 않았다.
JK필름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정우의 경우 촬영 일정 때문에 늦게 2500m를 한 번에 올라왔다가 고산병에 시달렸다. 압박 때문에 눈이 튀어나올 듯이 부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인공 황정민에게 있어 '히말라야' 촬영기는 한 마디로 생존싸움이었다. 실제로 너무 위험한 순간이 많았다. 낙석에 맞은 배우도 있었고, 대역 배우는 연습하다 사람에 깔려 인대가 늘어났다. 한 스태프는 얼굴을 다치기도 했다. 배우와 스태프들은 고지대에서 침낭을 뒤집어 쓴 채 잠을 청했다. 배우와 스태프 간에 구분이 없었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해가며 촬영과 등정을 해야만 했다.
황정민은 "너무 고생을 많이 하다보니까, '너와 나'가 아니라 우리가 되더라. 정말 위험하면서도 잊지 못할 촬영이 될 것 같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북한산을 15분 만에 올라갔겠냐"고 말했다.
지난해 대세 배우로 떠오른 김원해는 다시는 '산악 영화'는 촬영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김원해는 '해적:바다로 간 산적'에 이어 이석훈 감독과 두 번째 인연이다.
김원해는 "'해적:바다로 간 산적'도 정말 힘들었다. 한 겨울에 바다에 빠지라고도 하고 추워서 혼 났다. 겨울에 바다 영화는 찍지 않을 것이라고 해놓고 '히말라야'에 출연했다"며 "다시는 절대로 '산악 영화'는 찍지 않을 거다. 끔찍했던 촬영기였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CJ엔터테인먼트 투자팀의 한 관계자 해발 3000m를 단번에 올라갔다가 이틀 만에 다시 내려왔다. 고산병 때문이었다. 그는 "머리를 잡아당기는 느낌이 너무 심했다. 조금도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았다. 다른 것을 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한테 정말 미안했지만,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험난한 환경을 뚫고 최고의 결과물을 내놓았다고 한다. 히말라야에서만 볼 수 있는 절경을 카메라에 담았고, 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였다는 게 제작진의 전언이다. 동료애와 휴머니즘을 유머와 감동으로 버무린 점이 또 한 번 관객들의 심금을 자극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제시장'을 통해 14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한 JK필름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내심 상업적인 성공에도 기분 좋은 예감이 있는 듯 했다.
윤제균 감독은 "'국제시장'보다 '히말라야'가 더 높은 기록을 냈으면 좋겠다"며 "배우들의 고생하는 모습이 스크린 안에 담겼고, 감정선이 국제시장보다도 강렬하다. 진심으로 아끼면서 응원한 작품이라서 '히말라야'가 정말 더 잘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히말라야'는 에베레스트에서 생을 마감한 후배 대원의 시신을 거두기 위해 원정대와 함께 떠난 목숨 건 여정을 그린 산악인 엄홍길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황정민이 엄홍길 역을 맡았으며 정우, 조성하, 김인권, 라미란, 김원해, 이해영 등이 출연한다. 오는 12월에서 내년 1월 중순 사이에 개봉할 예정이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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