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업주의 하소연을 들었던 적이 있다. 배달직원을 구하기가 그렇게 힘들다고 했다.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미성년자라도 구하면 다른 가게에서 웃돈을 주고 빼가기 일쑤고, 주변에 치킨집이 늘어 매출도 매달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배달음식을 파는 업주들에게 세월호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는 매출 감소의 핑계거리도 못 된다.
꽃집이나 문구점, 분식집 업주들은 대기업 등쌀에 피가 마를 지경이다. 꽃집은 어버이날·스승의날 대목을 편의점과 빵집에 빼앗겼고, 문구점과 분식집은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에 밀려 하나둘 사라져가고 있다. 타 업종 간 '상도'는 사라진 지 오래다. 커피전문점들은 본사의 문어발식 확장정책의 희생양이 됐다. 골목 하나를 두고 십수개 매장이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심재철 의원(새누리당)이 지난 1일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자영업체 생존율은 16.4%에 불과했다. 949만개 업체가 생겼고 793만개 업체가 사라졌다. 자영업자 6명이 창업하면 5명은 망한다는 소리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전통시장 현대화, 대형마트 의무휴업 정책은 별 효과를 못 보고 있다. 신규창업 확대를 위한 각종 규제완화와 금융지원 확대도 자영업자의 ‘질’이 아닌 ‘양’만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 자영업자 대책은 현장의 목소리와 괴리된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내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보건·복지정책도 마찬가지다. 계산기만 두드리는 탁상행정에 일용직 노동자가 장애인 아들의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고(2010년 10월), 생활고에 시달리던 어머니가 두 딸과 함께 목숨을 버리는(2014년 2월)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용자’가 아닌 ‘공급자’ 입장에서만 정책이 만들어지면서 정말 필요한 정책들은 외면받고 있다.
최근에는 의료산업화를 주장하는 의학자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경제학자 출신 정치인이 청와대 보건복지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됐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반영된 결과겠지만 기대보단 우려가 앞선다. 철저하게 공급자의 논리에 길들어진 관료들이 공급자적 관점이 최대한 배제돼야 하는 정책을 만든다면, 이 정책에 수용자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지영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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