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무주택서민과 저소득층에게 쓰기 위해 국민이 마련한 돈을 건설사, 재무적 투자자(FI) 등 기업과 대학을 위해 사용키로 했다. 서민 주거안정강화라는 명목으로 주택도시기금을 퍼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2일 유일호 장관 부임 6개월 만에 첫 전월세대책을 내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제도 도입, 고령자 전세임대, 행복기숙사 등 새로운 임대공급 확대책과 함께 기업형임대주택(뉴스테이), 행복주택 등 기존 추진 중인 사업의 사업 촉진계획을 밝혔다.
이 가운데 뉴스테이와 행복기숙사에 투입되는 주택도시기금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과 대학 특혜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주택도시기금은 안정적인 주택공급 지원으로 주택수급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무주택서민과 저소득층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된 돈이다. 청약저축, 복권판매 등으로 만들어진 운영기금은 50조원에 달한다.
뉴스테이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은 각종 토지, 세제 혜택과 함께 저리의 주택도시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미 중산층용 임대주택을 짓기 위해 건설사에 무주택서민용 기금지원을 해주기로 해 문제가 됐다. 특히, 85㎡ 이상 중대형에도 주택도시기금을 지원키로 해 무분별한 주택도시기금 투입이 지적된 바 있다.
이에 더해 이번 대책에서 국토부는 뉴스테이 사업에 참여하는 재무적 투자자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 1순위 우선주 출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당초 기금의 건전성 제고를 위해 주택도시기금이 우선주로 참여하고, 투자자는 보통주를 출자할 수 있게 돼 있던 규정을 바꿨다. 위험 부담을 줄여달라는 투자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대학생 주거안정을 위해 추진되는 행복기숙사 건립 사업도 대학 특혜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동대문구 휘경동 등 대학이 밀집한 도심지역과 유휴 대학부지를 활용해 2017년까지 매년 10개소의 행복기숙사를 짓기로 했다. 대학이 부지를 30년간 무상 제공할 경우 공공기금으로 기숙사를 건립해 소유권도 이전해 주기로 했다. 대학 입장에서는 부지만 있다면, 정부 기금으로 기숙사를 마련하고, 기숙사비 수익까지 얻을 수 있다.
한문도 임대주택연구소 소장은 "서민 주거 복지를 빌미로 국민의 기금을 기업형 임대주택에 퍼주기식 행정을 펼치고 있다"면서 "이번 대책은 공급량을 늘린다는 측면에서 임대료에 대한 하방압력을 준다는 장점도 있지만 건설사와 대학 특혜 부분은 국민 감시 대상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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