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상품 규제, 이통사에 호재인가
요금 경쟁 완화로 수익성 개선 전망…"유선 시장의 단통법"
2015-08-25 16:41:02 2015-08-25 16:41:06
지난 6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공짜 마케팅 근절, 이용자 정보 제공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방송통신 결합상품 제도개선안’을 발표한 데 대해, 이같은 규제가 장기적으로 이통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앞으로 특정 상품에 대한 차별적 할인율이 제한되면 이통사 가격 경쟁력이 저하돼 결국 유선 서비스 경쟁 환경도 할인율이나 각종 마케팅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옮겨갈 것이란 예측이다. 이에 따라 과도한 가입자 유치 비용이 줄어들어, 마치 무선 시장에서 단통법이 이통사들의 마케팅 비용 절감을 야기한 것과 같은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김홍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결합상품 규제가 적용되면 이통사는 IPTV와 초고속인터넷의 시장점유율 상승률이 둔화되겠지만 사실상 수혜가 더 많을 것”이라며 “단통법 시행 이전의 무선 시장처럼 현재 유선 시장의 마케팅 경쟁도 멈출 수 없는 치킨게임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규제는 사업자들이 은근히 원하는 통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합상품 규제에 따라 1차적으로는 케이블TV 업계가 숨을 돌리겠지만 이통사 역시 초고속인터넷과 IPTV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상승해 마케팅 경쟁 완화와 동시에 유선 부문의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통사들은 무선 상품 가입자가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유선 상품과 묶으면 가입자 락인 효과도 발생하기 때문에 결합상품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단통법 시행으로 이동전화 보조금이 제한되면서 유선 시장에서의 보조금 경쟁이 더욱 격화되는 풍선효과도 발생했다.
 
KT(030200)는 지난 2분기 실적에서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결합상품 혜택이 확대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5월 기준으로 KT와 LG유플러스(032640)의 IPTV·초고속인터넷 결합률이 각각 75%, 68%이고, 아직 여유가 있는 SK브로드밴드의 결합률도 2016년 4월쯤 75%에 도달할 것”이라며 “가입자 순증이 곧 구조적 둔화 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내년 초부터는 유선 시장의 보조금 제한이 수익성에 훨씬 긍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출혈경쟁을 원하는 사업자도 없지만 곳간을 풀어 원하는 시장 볼륨을 획득한 사업자라도 그 이후엔 다시 수익 창출에 집중해야 하는데 당연히 비용 감소가 최우선”이라며 “SO 대비 마케팅 규모가 큰 이통사들이 상대적으로 비용 감소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통사 관계자는 “결합상품 규제는 소비자 혜택 총량을 줄이지 않고 상품별 할인 격차를 조정하는 것이므로 마케팅비용 감소와 직접 연관짓기는 어렵다”며 “또 유선 시장은 무선 시장에서처럼 보조금을 통한 가입자 유치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에 단통법 영향과 같은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의 결합상품 규제가 이통사들의 유선 마케팅 경쟁을 완화해 장기적인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휴대폰 판매 대리점에 붙어있는 결합상품 할인 판매 안내문. 사진/뉴시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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