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인사이트)소비자를 조연에서 주연 만드는 '콘텐츠 마케팅'
콘텐츠 배분·구성 업그레이드 중요…단계적 접근도 필수
2015-08-20 16:51:23 2015-08-20 16:51:23
민간 기업들은 콘텐츠 마케팅(contents marketing)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용어 자체가 쉽기 때문이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질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성공이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믿는다. 이들은 사람들이 자기네 브랜드 가치를 알아주고 출시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뜻 구매해 줄 것이란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기대한 효과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콘텐츠 사업에 투입했음에도 투자 대비 수익이 생각보다 저조하다. 브랜드 가치를 인정해주는 고객도 여전히 극소수다. 이와 관련해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콘텐츠 마케팅의 개념을 잘 이해하고 유통경로를 적절히 배분해야 기대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콘텐츠가 왕" 기업 마케팅에 콘텐츠 급부상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콘텐츠를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콘텐츠가 왕”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초고속 인터넷이 콘텐츠와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놔주면서 누구든지 원하기만 하면 양질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됐다. 동영상이나, 텍스트, 사진과 같은 콘텐츠는 다른 사람과 공유되거나 불특정 다수에게 건네진다. 좋은 것을 공유하려는 인간의 습성이 발동한 것이다. 어떤 이들은 자신에게 감동을 준 기업 콘텐츠를 돈 한 푼 받지 않고 홍보하기도 한다. 기업들이 콘텐츠를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매력적인 콘텐츠는 충성 고객을 만들고, 그 충성 고객은 또 다른 충성 고객을 낳는다. 콘텐츠가 기업의 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실제로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은 이 콘텐츠 마케팅을 활용해 제품 구매를 자극하는 효과를 거뒀다. 앞서 폭스바겐은 50만달러를 들여서 ‘리얼 레이싱 GTI’란 공짜 어플을 개발했다. 어플은 폭스바겐 차량과 동일한 모델을 골라서 타볼 기회를 제공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공개 된 지 일주일 만에 100만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35개국 1위 어플로 자리매김 한 것이다. 또 게임에 등장했던 2010년형 폭스바겐 골프 모델은 어플 덕분에 출시된 이후 단기간에 4만대가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독일계 필기수정액 회사인 티펙스는 독특한 영상 콘텐츠에 승부를 걸었다. 헌터슛더베어(hunter shoots a bear)란 영상에는 제목 그대로 한 사냥꾼이 자신의 텐트를 덮친 곰을 쏠지 말지를 고민하는 내용을 나온다. 그런데 갑자기 사냥꾼의 고민하는 모습이 흐릿해지더니 “곰을 쏜다” “안 쏜다”란 문구가 뜬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다음 이야기가 이어진다. 시청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식이 적용된 것이다. 순식간에 400만 조회수를 기록한 이 영상은 티펙스에 소비자와 소통하는 기업이란 이미지를 덧입혀줬다. 이 밖에도 프록터앤드갬블(P&G)과 마이크로소프트(MS), 시스코시스템즈, 존디어 등 굵직굵직한 회사들도 콘텐츠 마케팅을 수행하고 있다.
 
콘텐츠 마케팅은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의 주요 전략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웹 마케팅 지원 플랫폼 컨텐틀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북미 기업 50%는 콘텐츠 마케팅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북미 기업 29.6%는 최고의 마케팅 전략으로 콘텐츠 마케팅을 꼽았고, 빅데이터 마케팅(Big Data Marketing)은 14.6%, 마케팅 자동화(Marketing Automation)는 12.8%로 그 뒤를 이었다.
 
 
◇콘텐츠, 기업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다만 세계적인 기업까지 가세해서 콘텐츠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그 과실을 거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실제로 인포그래픽 플랫폼 비주얼리와 JBH가 벌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북미 기업의 51%는 콘텐츠 마케팅의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양질의 콘텐츠가 기업과 소비자를 이어주는 고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콘텐츠 자체의 문제다. 콘텐츠 개발에 거금을 쏟아 붓는다 해도 방향 설정이 잘못돼 있으면, 목표로 한 효과를 누릴 수 없다. 콘텐츠 내용이 제품을 홍보하거나 기업을 소개하는 식의 광고 차원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뜻이다.
 
성공적인 콘텐츠는 기업이 지향하는 바와 정체성을 담고 있으며 고객의 지성을 함양해 주는 형태로 제공된다. 다시 말해 전통 광고가 판을 치던 시절에는 기업이 전달하기 원하는 내용이 콘텐츠에 실렸다면, 이제는 반대로 고객이 원하는 정보가 콘텐츠의 주 내용이 된다. 기업 광고를 스팸이나 소음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짙어졌다. 생활에 유익한 정보나 재미를 주는 요소가 없다면 콘텐츠는 사람들로부터 외면받기 십상이다.
 
◇콘텐츠 마케팅의 역사
 
기업이 어떤 콘텐츠를 지향해야 할지는 콘텐츠 마케팅의 연원을 따져보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고객 쪽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콘텐츠 마케팅의 정신을 처음 실천한 이는 어거스트 외트커란 미국인이다. 1891년 외트커는 각 가정에 베이킹 파우더를 팔면서 레시피도 함께 제공했다. 물론 레시피는 공짜였다. 미국인들은 외트커가 파는 베이킹 파우더는 몰라도 외트커 레시피는 알았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외트커는 1911년 레시피를 모두 모아 요리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1900만부가 팔렸다. 외판원에 불과했던 외트커는 레시피 덕분에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존 디어란 사람도 콘텐츠를 지혜롭게 활용해 성공한 인물이다. 존 디어는 1895년 더퍼로우(The Furrow)란 매거진을 선보였다. 이 매거진은 지역 농부들을 독자로 삼고 “수확량 늘리는 법” 같은 정보를 제공했다. 이는 농부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정보였다. 지금은 이런 매거진이 셀 수 없이 많지만, 당시에는 특정 독자층 만을 위한 정기 간행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최초의 고객 중심 매거진인 더퍼로우는 오늘날까지 세계 40개국 150만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00년에는 미쉐린이 자신의 이름을 딴 ‘미쉐린 가이드’를 만들고 숙박과 여행, 차량 유지 정보 등을 제공했다. 세일즈맨 젤오는 1904년 요리책을 무료로 배포하는 사업을 벌여 콘텐츠 마케팅의 명맥을 이어갔다.
 
외트커와 존디어, 미쉐린이 컨텐츠의 힘을 증명했다면, 존 F 오페달은 그런 실례를 모아 콘텐츠 마케팅이란 용어를 만들어 냈다. 그는 1996년 콘텐츠 마케팅이란 용어가 쓰인 미국 소사이어티 신문 편집 모임에서 기자들과 함께 원탁회의를 하던 중 이 단어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콘텐츠 마케팅에 이론은 1999년 당시 제프 캐논이란 작가가 콘텐츠에 관한 책을 내면서 어느 정도 정립됐다. 제프 캐논은 “소비자가 찾는 정보야말로 콘텐츠”라고 정의했다.
 
◇콘텐츠 유통 경로와 제작 기술 진화
 
콘텐츠 마케팅은 2000년에 와 인터넷 혁명을 계기로 급속도로 성장했고 지금도 계속해서 진화 중이다. 지금은 콘텐츠 질을 높이는 방식과 유통 경로, 충성 고객 유치 전략 등이 주로 논의된다. 특히 중시되고 있는 것은 소셜미디어 활용법이다. 콘텐츠를 분배해줄 플랫폼이 없다면 콘텐츠의 질이 아무리 높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트위터, 링크드인, 페이스북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콘텐츠 유통 전략이 콘텐츠 마케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와는 별개로 콘텐츠 질을 놓이는 방안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다양한 시각자료와 인포그래픽, 프리젠테이션 사이트인 슬라이드쉐어는 콘텐츠의 질을 극대화할 도구로 꼽힌다. 리퍼포징(repurposing)도 최근 뜨고 있는 콘텐츠 제작 기법이다. 리퍼포징은 기존의 정보를 새로운 목적에 맞게 가공해 다른 정보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가령 문자로 된 정보에 동영상을 덧입히거나 동영상을 편집하는 작업이 리퍼포징에 해당된다. 화면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시각적으로 집중하게 만드는 패럴렉스 스크롤링(Parallax Scrolling)도 콘텐츠의 수준을 높여주는 도구로 통한다.
  
최근에는 콘텐츠 마케팅을 단계적으로 분화한 전략 또한 주목받고 있다. 콘텐츠 마케팅 인스티튜트는 이 과정을 미식축구 경기에 빗대기도 했다. 방문객이 콘텐츠를 보고 해당 회사를 알아차리면, 회사는 장래 구매 프로세스를 진행시켜 나갈 수 있는 잠재고객 배양(lead nurturing)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이때 쓸 수 있는 전략으로 인바운드 마케팅(Inbound Marketing)이 있다. 인바운드 마케팅은 소비자의 구매 행위와 소비 패턴을 겨냥한 마케팅 방식이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콘텐츠에 이끌려 알아서 오도록 하는 것이 이 마케팅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잠재고객은 회사가 제공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깨닫게 되고 결국에는 그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된다. 회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고객 만족 서비스를 진행해 그냥 고객이 충성고객이 되도록 신뢰 관계를 쌓아 나간다. 이 고객이 다시금 구매 결정을 내린다면 충성고객이 됐다고 보면 된다. 축구 경기로 따지면 터치다운을 한 것이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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